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 CJ E&M 제공
영화 '프리즌'의 죄수들은 범죄단을 구성해 몰래 외부활동을 한다. 쇼박스 제공

케이블채널 tvN의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방송된다 했을 때 살짝 우려했다. 구치소와 교도소가 배경인 점을 감안하면 수위조절이 싶지 않아 보였다. 교도소를 공간으로 삼은 국내 영화나 드라마는 잔혹한 장면을 당연한 듯이 품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 극장가에 소개된 영화만 해도 피비린내가 진했다. 한석규 김래원이 주연해 293만명이 관람한 ‘프리즌’(2017)이 대표적이다. 죄수들이 밤이면 몰래 밖으로 나와 청부살인 등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로 돌아간다는 낯선 이야기를 뼈대로 한 이 영화 속 장면들은 피가 흥건하다. 교도소장과 결탁한 한 장기수가 범죄 드림팀을 구성해 완전범죄를 꾀하고는 하는데 보안과 규율이 생명이다. 장기수는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감자의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붓거나 조직 이탈자를 전기톱으로 응징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기발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지만 과도한 폭력 묘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프리즌’ 뿐만 아니다. 교도소가 주요 배경인 ‘검사외전’(2016)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폭력성 강도도 매우 높았다.

요즘 청소년관람불가(청불) 한국 영화를 보기 전에는 좀 긴장을 한다. 어떤 피칠갑 장면이 등장할지 몰라서다. 결국 영화를 보다 보면 곧잘 발에 힘을 주게 되고 짧은 탄식을 하게 된다. 지난 추석 연휴 개봉해 687만명이 찾은 ‘범죄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강력계 형사와 조선족 출신 조폭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살풍경이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말보다 주먹이나 칼, 도끼가 먼저다. 목에서 피가 솟구치고, 팔이 잘린다. 적당히 부패하고 속정이 깊으면서 불의를 참지 못하는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매력만으로도 흥행성이 충분한 이 영화가 꼭 그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지난 여름 개봉한 ‘브이아이피’도, ‘청년경찰’도 비슷한 의문부호가 따른다. 세부적인 살인 묘사나 여성 학대 장면이 과하고도 과했다.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드라마라고 폭력 무풍지대가 아니다. 올 초 방송된 케이블채널 OCN ‘보이스’도 도마에 올랐다. 112신고센터 대원들의 활약을 담았는데, 여성 살인 사건 묘사가 직설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 당사자들은 사실성을 명분으로 삼곤 한다. 잔혹한 현실을 최대한 반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면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삼기도 한다. 지나친 비판이 자칫 내부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쉬 동의할 수 없다. 사실성은 영화나 드라마가 사회 비판을 담보했을 때 또는 사회 낮은 곳을 비출 때 설득력을 지닌다. 창의적인 촬영과 편집으로 서스펜스나 스릴을 만들기보다 잔혹한 장면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려다 보니 과도한 폭력이 화면을 채우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외화는 어떨까. 외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나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굳이 청불 등급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곧잘 든다. 남녀 주요 부위가 잠깐 드러나는 장면이나 등장인물의 마약 흡입 모습 때문에 청불 등급을 받은 경우들이 적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는 폭력에 대한 세부 묘사보다는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 긴장의 밀도를 높이곤 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바닥을 흐르는 정서는 웃음이다. 정글 같은 감옥 안에도 사람이 산다는 낙관을 바탕으로 한 반전이 폭소를 빚어낸다. 코미디로 분류될 수 있는 드라마지만 교도소가 배경이니 폭력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애써 직설을 피해가려는 노력이 뚜렷하다. 누군가 손을 휘두르면 상대방 얼굴이 바로 돌아가고 화면 전환 뒤 코피를 흘리는 식으로 직접적인 묘사를 건너뛴다.

할리우드는 오래 전부터 종교단체나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선정성과 폭력성을 자율 규제해왔다. 지나친 성애 묘사와 폭력의 전시는 되려 관객을 쫓는다는 점도 감안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도 폭력 묘사에 대한 절제가 필요한 시기 아닐까. 보여주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슬기로운 연출’이 절실하다.

라제기 문화부장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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