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

[강소기업이 미래다]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서울 동대문 라뜰리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성공한 벤처 1세대ㆍ선양소주 인수
계족산 황톳길 만든 역발상 전도사
엉뚱한 발상+IT 기술로 신사업
19세기 프랑스 옮겨놓은 ‘라뜰리에’
모네의 정원ㆍ몽마르트르 언덕 등
7년을 준비 150억 투입해 완성
미디어아트ㆍAIㆍ빅데이터 접목
그림 속 인물과 대화도 가능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현대시티아울렛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가 문을 열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인상파 화가들이 주로 활동했던 19세기 프랑스의 시ㆍ공간을 옮겨다 놓은 라뜰리에는 ‘역발상 전도사’로 유명한 조웅래(59)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새 작품이다. 그는 1990년대 ‘삐삐’(무선호출기)가 유행하던 시절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700-5425’로 성공한 벤처 1세대로 2004년 소주회사 선양(현 맥키스컴퍼니)을 인수했고 2006년에는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라뜰리에에서 만난 조 회장은 “그림을 보지만 말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라뜰리에는 그림 속 풍경과 소품을 현실로 가져온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단순히 그림 속 공간을 재현해 놓기만 한 게 아니라 미디어아트ㆍ홀로그램ㆍ인공지능(AI)ㆍ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해 그림 속 인물과 직접 대화할 수도 있는 신개념의 테마파크다.

조 회장은 “보고 베낄 실체도 없던 막연한 상상이지만 이건 필요하겠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인 사업”이라고 했다. 조 회장의 발상을 형상화하는 데 7년이 걸렸고, 150억원이 투입됐다.

1419㎡(약 430평) 규모 라뜰리에는 모네의 정원과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과 테르트르 광장, 마들렌 꽃시장, 고흐의 노란 집이 있는 라마르틴 광장, 프로방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포름 광장 등 총 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공간은 그림 속 환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조명과 온도, 향기까지 고려해 구성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막연하다는 생각에, 그림이란 생활 속 소재를 가지고 좀 엉뚱한 발상에 첨단 기술을 입혀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조 회장은 라뜰리에를 지방으로 확산하는 것은 물론 중국 등으로 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서양의 인상파 그림을 수입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고 이걸 다시 수출한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역발상 전도사’로 불리는 건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ㆍLG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하다 1992년 2,000만원으로 1인 회사를 창업했다. ‘소리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벨소리 다운로드와 삐삐(무선호출기) 인사말 서비스로 ‘700-5425’가 인기를 끌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는 2004년 소주 회사 선양을 인수했다. 지역 연고도 없는 데다 술 사업은 경험해본 적이 없어 당시 주위의 만류는 상당했다. “소리나 술이나 별거 있겠냐. 대중을 상대로 제품을 잘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자신감으로 달려든 사업이다.

그는 선양을 인수하자마자 산소소주인 ‘O2린’ 개발에 나섰다. 조 회장은 “바닷가나 산에서 술을 마시면 빨리 깨는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술에 산소를 넣어보자고 한 것”이라며 “취하려고 먹는 술에 대한 역발상으로 빨리 깨라고 산소를 넣었더니 시장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그가 유명해진 건 계족산 임도에 황톳길을 조성하면서다. 2006년부터 12년간 매년 10억원씩 쏟아부은 계족산 황톳길은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맨발 걷기 명소가 됐다. 맥키스컴퍼니는 2016년부터 ‘대전 맨몸마라톤’도 개최하고 있다. 1월 1일 11시 11분에 맨몸으로 대전 갑천 변을 달리며 새해 각오를 다지는 대회다. “새해맞이를 꼭 일출로만 하란 법 있냐”는 조 회장의 의문에서 시작된 행사다.

조 회장은 지난 10월 대한경영학회로부터 최고경영자 대상을 받았다. 그의 공유가치 창출(CSVㆍCreating Shared Value) 경영에 대한 평가다. 그는 “계족산 황톳길 등을 통해 많은 가치가 창출됐고, 그걸 대중하고 공유하다 보니 덩달아 기업 이미지 좋아졌고,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높아졌다.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 이직률이 제로에 가까운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CSV는 대기업처럼 돈만 많다고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공유는 공감이 안 되면 어렵다.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선 엄청난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그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진성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장 이익을 생각지 않고 12년간 꾸준히 흙을 깔았다. 소주 한 병 더 파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가 이룬 결실이다.

그는 CSV가 맥키스컴퍼니 경영의 핵심전략이라고 했다. 흙길 관리와 축제, 음악회, 맨몸 마라톤 등을 관리하기 위해선 조직이 상시 가동돼야 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그는 기업이 수익을 일방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사회공헌(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CSV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기업들 사고치고 나면 재단 등 만들어 장학금 주고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는데 누가 그런 행위에 감흥을 받는가”라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맨발 걷기 외에도 마라톤을 즐겨 한다. 10일 경남 진주 마라톤대회에서 42.195㎞를 완주하며 2001년부터 시작한 그의 마라톤은 완주기록을 59회로 늘렸다. “내 나이 59세 맞춰 59회 완주 기록을 채우고 싶어 달린 대회”라며 “60세가 되는 내년 1월엔 전남 여수 마라톤이 60회 완주 기록이 세워질 대회”라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10일 열린 경남 진주마라톤대회를 완주해 들어오고 있다. 조 회장은 이로써 59번째 42.195km 완주 기록을 세우게 됐다. 조웅래 회장 제공
조웅래 회장의 진주마라톤 완주 기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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