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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웃’ 중국과 공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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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웃’ 중국과 공존하는 법

입력
2017.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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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끌어들여 中 영토 야욕 견제하되

방어용으로 한미동맹 성격 조정하고

폭 200㎞ 비무장 완충지대 만들어야

中 안심하고 통일 한국 동의해줄 것”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다낭(베트남)=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다낭(베트남)=연합뉴스

한국은 소(小)반도국이다. 줄곧 대륙 세력의 합병 위협에 노출돼 왔다. 더욱이 국경을 맞댄 나라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이다. 2000년대 초 동북공정으로 야심을 시사한 중국은 도광(韜光)을 마치고 본격 굴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속내를 내비친 게 불과 8개월 전 일이다.

먼 쪽과 한편이 돼 가까운 쪽에 대적한다는 뜻의 ‘원교근공’(遠交近攻)은 국제정치학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위험한 이웃’과 공존하려면 미국을 끌어들이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현명해야 한다. 강국 간 패권전이 한반도에서 재연될 수 있다. 중국 동의 없인 통일도 어렵다. 어떻게 숙원들(독립ㆍ평화ㆍ통일)을 성취할까. 계간 ‘동향과 전망’ 가을ㆍ겨울호에 소개됐다.

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불배치와 미 미사일방어(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 등 중국의 ‘3불’ 요구를 최근 정부가 수용하면서 논란이다. 방중 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 욕심에 주권 침해를 감수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하지만 정작 주목할 만한 대목은 중국의 집착이다. 왜일까. 어쩌면 무례 뒤에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규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학 박사후보의 특집 논문 ‘공화주의적 외교안보 비전을 위한 시론’은 한국이 지향해야 할 전략의 틀을 지정학을 토대로 구상했다는 의미가 있다. 방어형으로 군비를 조정, 한반도가 미 주도 해양 세력의 대륙 공격 교두보가 될 거라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백㎞ 폭의 완충구역도 두자는 게 제안의 골자다.

9일 논문에 따르면, 미중 간 패권전 조짐이 보이는 와중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미 한 차례 미소 대리전의 무대가 됐던 한반도가 다시 전화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려면 한미 동맹 성격 재규정과 군사 태세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일단 한반도가 미국의 중국 공격로가 되지 못하게 한미가 순전한 방어 목적의 동맹 운영에 합의하고 이를 중국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반도 군사 태세도 방어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공격형 무기인 전차와 폭격기 수를 줄이고 방어형인 대전차미사일과 요격기를 늘리는 것이다. 논문은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 간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한국이 방패, 일본이 창이 되는 식의 한미일 삼각 동맹 기능 조정이 이뤄질 공산이 큰데 미국도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논문에는 또, 중국이 동의할 수 있는 한반도 통일 방안이 포함됐다. 자신들에게도 성가신 존재인 북한을 중국이 붕괴되지 않도록 막고 있는 까닭이 미국 세력과의 사이에서 직접 대립을 막아줄 만한 완충지대가 마땅치 않아서인 만큼 남측이 주도할 가능성이 큰 한반도 통일에 중국이 선뜻 동의해줄 리는 없을 테고 그래서 당근이 필요하다는 게 논문의 주장이다.

핵심은 새 완충지대 설정이다. 논문은 “중국이 한미 동맹 연장선에 있는 통일 한국의 군사력마저 위험시해 통일에 반대한다면 한중 국경선에서 남쪽으로 폭 200㎞ 정도의 비무장지대(DMZ)를 우리가 자발적으로 만들겠다고 제안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전차 속도가 시속 50㎞면 기습하더라도 최소 4시간이 걸리니, 중국의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거도 없지 않다. 2014년 9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평양-원산 라인에서 북진을 멈췄다면 통일 한국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압록강까지 미군이 밀고 올라오자 이를 중국 봉쇄 전략으로 인식한 마오쩌둥이 참전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미군과 맞닿지 않는 완충지대만 충족됐어도, 중국은 만족했을 거라는 얘기다.

지속적인 중국의 군사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통일 한국의 국방력을 키우는 방안도 논문은 제시했다. 김동규 박사후보는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등 군법의 완화는 장기적으로 자발성을 강화해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국민들에 의존하는 군사 민주화를 위해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국방의 자주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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