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DB 감독이 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원주 DB의 돌풍이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최하위 후보로 꼽혔지만 순위표 윗자리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선수들 이름값에서 크게 내세울게 없고, 두터운 전력도 아닌데 7일 현재 서울 SK와 14승5패로 공동 1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해 DB의 리빌딩 임무를 맡고 지난 4월말 지휘봉을 잡은 이상범(49) 감독은 부임 후 지인들로부터 “너희 팀 엔트리는 다 채웠어?”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과거 막강 높이를 자랑했던 ‘동부산성’이 허물어진 상태에서 식스맨급 선수들로 팀을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

2009~10, 10~11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리빌딩을 해봤던 이 감독은 “선수를 키워보겠다”며 “냉정하게 다른 팀에 가면 뛸 기회를 보장받기 힘든 친구들이니까 더 절실함을 갖고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났다. 김태홍(29), 서민수(24), 김영훈(25) 등 뛸 기회를 못 받던 선수들이 출전 시간을 보장 받자 신나게 코트를 뛰어 다녔다. 기존의 유일한 베스트 멤버였던 두경민(26)도 더욱 책임감을 가졌고, 후반 승부처에 코트를 밟는 베테랑 김주성(38)도 후배들의 ‘허슬 플레이’에 자극 받아 투지를 불태웠다.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전력 외로 구분한 윤호영(33)이 252일 만에 가세한 것도 호재였다. 에이스 디온테 버튼과 로드 벤슨의 외국인 조합도 잘 맞았다.

이 감독은 “항상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서도 철저히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관리한다. 긴 호흡이 필요한 정규리그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경계했다. 한 경기에 등록 가능한 12명을 가급적 모두 투입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DB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폭넓게 쓸 수 있는 것은 감독님이 선수마다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겨우 전체 6라운드 중 3라운드에 돌입했지만 벌써부터 현장에선 ‘감독상 주인공은 이상범 감독이 예약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감독상은 정규리그 우승 팀 사령탑에게 돌아갔다. 최근 1위 팀 감독이 아닌데 수상한 사례는 2009~10시즌 부산 KT를 2위로 이끈 전창진 전 감독이다. 올 시즌 DB의 전력을 감안할 때 이 감독이 발휘한 지도력은 정규리그 우승 여부를 떠나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