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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 옆 주택 붕괴위험… 나 몰라라 하는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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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 옆 주택 붕괴위험… 나 몰라라 하는 시공사

입력
2017.12.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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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고성동 재건축 현장

터파기 시작하자마자 금 가고 무너지고

주민들 “보상ㆍ안전대책 마련” 호소에

건설사는 “일단 공사부터” 주민반발

공사현장과 인접한 한 건물의 담벼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토막을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과 인접한 한 건물의 담벼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토막을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과 인접한 노후된 건물의 담벼락에 금이 생기자 시멘트로 발라 놓은 모습.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과 인접한 노후된 건물의 담벼락에 금이 생기자 시멘트로 발라 놓은 모습.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아파트공사로 건물에 금이 가고 무너질 위기에 처했으나 시공사와 관할 행정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7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A아파트 재건축현장 옆 주택가는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처참했다. 김모(56)씨의 집 화장실 한쪽 벽은 타일이 붙은 나머지 벽면과 달리 회색 벽돌로 새로 쌓은 흔적이 역력했다. 김씨는 "바로 옆 아파트재건축 공사장에서 터 파기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공사는 처음엔 알아서 고치면 사후에 보상해주겠다더니 구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수리해주겠다고 했다”며 “화가 나 직접 벽돌을 쌓는 등 임시로 수리했다”고 덧붙였다.

공사장 주변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승용차엔 먼지 막이용 보호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다른 골목엔 낡은 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버팀목을 끼워둔 게 보였다. 한 상가 건물 계단 벽엔 긴 금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난 건물만 수십여 동이다. 지난 3월 피시방을 개업한 김모(43)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매장 한쪽 벽면에서 대형 타일 5장이 떨어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공사장 쪽 벽면은 공사장 진동으로 컴퓨터 화면이 흔들리고 오류가 나는 등 영업차질도 심각하다. 김씨는 "개업 다음달부터 월 매출 1,000만원 정도는 무난했는데, 지난 9월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600만원 정도로 급감했다"며 "전기요금 알바비 임차료를 내고 나면 적자인데도 건설사는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한숨지었다.

이 같은 일은 지난 10월 분양에 성공한 이 아파트재건축단지 시공사가 9월부터 터 파기 등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반붕괴를 막기 위해 옹벽용 H빔을 박을 때 나는 진동으로 주변 노후 주택가 건물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어떤 주민은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장모(51)씨는 "야근 후 귀가하면 심한 진동과 소음 때문에 몇 달째 잠을 설치다 보니 불면증이 왔다"며 "건물 벽에도 3m가 넘는 금이 갔고, 공사가 2년은 더 남았다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지난달 공사장 앞에서 대책마련을 호소하며 집회도 열었지만 소용이 없다. 한 주민은 "이 지역은 노후건물이 많고 고령자가 많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공사는 무슨 일 생기면 보상해주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성구의 한 오피스텔공사현장에선 무진동발파 후 암반을 집게로 떼어 내는 것도 모자라 거대한 풍선형 소음방지장치까지 설치해 놓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며 "몇 년 전 한 아파트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에겐 집집마다 소음진동 보상을 이유로 수백만원을 주기도 했다는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식 공사를 하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주민들은 지난 6일 오후 화약으로 암반을 깨는 시험발파가 시작되자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터 파기를 위한 준비공사에서 이런 피해가 났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이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피해가 난 곳은 보상하면 된다"는 식이다. 북구청도 "대형공사장이라 매일 현장상황을 점검 중이며, 화장실 벽체 붕괴 등 피해상황도 확인했다"며 "현장에서 측정한 결과 소음진동이 기준치를 넘은 것이 확인돼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행정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시공사 관계자는 "건물 내 큰 가로균열은 확인 후 안전진단이 필요하면 하겠다”며 “피시방의 경우 합의를 위해 지속해서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아파트단지는 지하 2층 지상 29층, 9개 동, 전용면적 59~115㎡, 총 682가구 규모로 2020년 4월 준공 예정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 옆 주택가에는 분진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에 보호커버를 씌워 주차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 옆 주택가에는 분진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에 보호커버를 씌워 주차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 인근의 4층 콘크리트 건물 비상계단에는 가로 3m정도 균열이 생겼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공사현장 인근의 4층 콘크리트 건물 비상계단에는 가로 3m정도 균열이 생겼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북구 한 아파트건설공사장 인근 주택 화장실이 무너져 내려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북구 한 아파트건설공사장 인근 주택 화장실이 무너져 내려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건설현장 진동으로 무너진 화장실 보수가 제때 되지 않아 집주인이 임시로 벽돌을 쌓았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건설현장 진동으로 무너진 화장실 보수가 제때 되지 않아 집주인이 임시로 벽돌을 쌓았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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