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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 “5000득점 대기록 세우고도 편히 못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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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 “5000득점 대기록 세우고도 편히 못 잤어요”

입력
2017.12.07 15: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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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녀 첫 달성

“팀이 져서 시상식서 민망

블로킹 득점이라 뜻 깊어”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황연주가 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V리그 홈 경기에서 프로배구 남녀부 통틀어 제1호 5,000점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배구단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황연주가 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V리그 홈 경기에서 프로배구 남녀부 통틀어 제1호 5,000점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배구단 제공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지난 5일 프로배구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5,000득점 고지에 오른 황연주(31ㆍ현대건설)는 그토록 바라던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팀의 패배로 속이 상해 편히 자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6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있었다.

황연주는 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홈 경기 5세트에서 5,000득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팀이 9-13으로 끌려가고 있어 패색이 짙었던 상황. 그는 IBK기업은행 메디(24)의 시간차 공격을 블로킹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기록 때문이 아니었다. 10-13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데 대한 포효였다.

“얼떨떨했어요. 팀이 지고 있었고, 5세트 중요한 상황이라서 승부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득점상황을)잘 몰랐죠. 기분을 느낄 새도 없었고 나중에 알았어요.” 팀이 패한 뒤 펼쳐진 시상식이라 민망한 마음도 들었다. “지고 나서 상을 받을 일도 별로 없잖아요. 웬만해선 세트 중간에 하는데 어떻게 또 마지막에 득점이 나와가지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밤에 잠도 편하게 오질 않더라고요.”

황연주가 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V리그 홈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현대건설배구단 제공
황연주가 5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V리그 홈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현대건설배구단 제공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 원년 멤버인 황연주는 14시즌 동안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하며 5,000득점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신장 177㎝로 윙스파이커로 크지는 않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발군의 점프력과 운동신경으로 V리그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호쾌한 공격 못지 않게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도 갖고 있어 프로배구 남녀 통틀어 첫 200서브 득점(2010~11시즌)과 300서브 득점(2013~14시즌)을 차례로 달성했다. 역대 남녀 선수 중 유일하게 통산 서브 에이스 300개를 넘겼다.

강 스파이크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막상 5,000득점 대기록은 블로킹으로 해냈다. 황연주는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는 “빗맞아도 1점이고 세게 때려도 1점이니까 어떻게 점수를 내든 상관이 없다”면서도 “공격수인데 블로킹에 강한 편은 아니라 공격득점을 3,000개 넘게 하는 동안 블로킹을 500개도 못했다. 중요한 순간을 블로킹으로 잡아내 뜻 깊네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연주는 최근 2주 전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록 달성 이야기를 많이 들어 심적으로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앞선 경기에서는 3득점으로 침묵하기도 했다. 그는 5일 경기 후 “최대한 부담을 떨치고 싶었어요. 5세트 블로킹을 안 잡았더라면 또 다음 경기로 넘어갈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고비를 넘긴 황연주의 다음 목표는 팀의 승리다. 그는 “한 경기로도 순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기록보다는 팀 성적에 집중하려고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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