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우 오구리 슌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은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한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이 썰렁했습니다. 제가 인기가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익살스러운 자기 비하 농담으로 한국 방문 소감을 전한 일본 톱스타 오구리 슌(35)의 넉살에 6일 서울 광진구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영화 ‘은혼’(7일 개봉) 기자회견은 폭소로 가득 찼다. 오구리는 ‘은혼’에서 자신이 연기한 은발의 무사 긴토키 못지않게 엉뚱하고 유쾌했다.

‘은혼’은 2004년부터 14년째 연재되며 누적판매부수 5,100만부를 기록한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이다. 영화 ‘변태 가면’ 시리즈를 만든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 스크린을 도화지 삼아 원작의 B급 유머를 똑같이 재현했다. 외계인의 습격으로 전근대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이 된 에도 막부 시대에 신비한 힘을 가진 검의 행방을 쫓는 해결사 3인방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담았다. 드라마 ‘고쿠센’ ‘꽃보다 남자’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오구리는 긴토키의 허당 매력과 카리스마를 맛깔스럽게 표현했다. 오구리는 ‘은혼’에 앞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한국에서 46만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일본에서 ‘은혼’은 올해 개봉한 실사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오구리는 “상당히 새로운 장르인데 관객들이 사랑해 줘서 아주 기쁘다”며 “그런데 ‘은혼’ 같은 영화가 1위 하는 나라가 과연 괜찮은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진지하고 중후한 작품에 출연하기를 늘 바라 왔습니다. 하지만 ‘은혼’ 때문에 인생 계획이 틀어졌어요. 후쿠다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은혼’의 액션 장면은 한국 영화 ‘리얼’의 장재욱 무술감독 손에서 탄생했다. 일본 영화 ‘루팡 3세’와 일본 드라마 ‘우로보로소’에 무술팀으로 참여한 장 감독과 친분을 나눈 오구리가 후쿠다 감독에게 장 감독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여주며 적극 추천했다.

‘은혼’ 속편도 제작된다. 속편 출연에 대한 질문에 짐짓 외면하는 척하던 오구리는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그 한심함과 어처구니없음을 즐겨주세요. 이 한심한 영화를 위해 지난해 여름에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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