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핵전쟁 시나리오를 다룬 ‘강철비’는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영화에 담겼다. NEW 제공
*올 누적관객 성적표도 좌우
‘강철비’ 남북 관계를 다룬 액션물
‘신과 함께’ 동명 웹툰 옮긴 판타지
‘1987’ 박종철 사건 담은 역사극
150억~200억 들어간 대작 영화
일주일 간격을 두고 차례로 개봉

12월 극장가에 비장한 기운이 감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초중고 겨울방학이 겹친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신작 영화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150억~2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 3편이 선두에 포진했다. ‘강철비’(투자배급사 NEW)와 ‘신과 함께-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1987’(CJ엔터테인먼트)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차례로 전장에 나선다. 혈투를 치러야 할 당사자들에겐 피 말리는 시간이겠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는 대진표가 짜였다.

올해 한국 영화는 흉작이었다. 이달 4일까지 한국 영화 누적관객수는 9,667만1,609명. 남은 한 달 안에 1억 관객 돌파는 확실시되지만, 지난해 1년 누적관객수(1억1,655만5,959명)에는 아직 2,000만명 가까이 모자라다. 점유율(48.8%)도 2010년 이후 7년 만에 50%를 밑돌고 있다. 한국 영화의 마지막 전략 상품인 이 영화들에 주어진 임무가 그만큼 막중하다. 세 작품의 흥행 성적에 올해 한국 영화 전체 성적표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 개봉 주요 한국 영화
‘강철비’ 영화인가 실제상황인가

첫 주자는 ‘강철비’다. 애초 20일로 예정했던 개봉일을 14일로 앞당기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남북한 핵전쟁 시나리오를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북한에 쿠데타가 벌어져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에 내려온다는 설정이 최근 북한 병사의 판문점 귀순 사건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 관계와 흡사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영화감독 이전에 웹툰 스토리 작가였던 양우석 감독이 2011년 연재한 웹툰 ‘스틸레인’을 스크린에 옮겼다. 정우성이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를 연기하고, 곽도원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았다. 총제작비는 157억원, 손익분기점은 440만명이다. NEW 관계자는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에 숨어 들어온다면’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강렬하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들의 뜨거운 논쟁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며 “첩보 액션물의 오락적 재미와 스펙터클도 즐겨달라”고 말했다. ‘변호인’(2013)을 만든 양 감독은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이 영화로 통쾌한 ‘역습’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신과 함께’에서 하정우(왼쪽부터)와 김향기 주지훈은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삼차사를 연기한다. 1편과 동시에 촬영을 마친 2편은 내년 여름 개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 함께’ 한국형 판타지 도전

‘신과 함께-죄와 벌’은 20일 개봉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옮긴 이 영화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죽기 전에는 경험할 수도 없고 경험해서도 안 되는 저승 세계가 오로지 상상력과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스크린에 구현된다.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차태현 도경수 등 출연진도 막강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웹툰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화적 재미를 담기 위해 원작자와 시나리오 초고부터 협의했다”며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는 1, 2편을 동시에 촬영해 순차로 개봉하는데, 한국 영화에서는 첫 시도라 영화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편은 내년 여름 개봉한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스펙터클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에서 할리우드적 장르인 ‘신과 함께’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한국 영화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편당 제작비는 200억원. 600만명이 봐야 수지가 맞는다.

민중의 힘은 역사를 바꾼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의미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지난 겨울 촛불 집회를 경험한 이들에게 ‘1987’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87’ 역사의 힘을 믿는다

27일에는 ‘1987’이 출사표를 던진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에 맞춰 선보이는 이 영화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권력의 폭압과 무고한 죽음에 눈감지 않은 용기가 어떻게 연쇄반응을 일으켜 거대한 함성이 됐는지를, 사건의 주요 지점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색다른 구성으로 그려낸다.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시신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 검사(하정우), 옥중 서신을 전달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최초 보도한 윤 기자(이희준) 등 등장 인물 대다수가 실존 인물을 모티브 삼았다.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택시운전사’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듯,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지난 겨울 촛불 집회를 경험한 젊은 세대와도 교감할 지점이 많아 보인다. ‘군함도’로 쓴맛을 본 CJ엔터테인먼트가 재도전하는 역사물이라는 장외 관전 포인트도 있다. 총제작비 145억원, 손익분기점은 410만명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국민의 염원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돌아보고 현재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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