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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내서 아이 재우려면 콧물약 먹이래요”

입력
2017.12.05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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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식당서 ‘맘충’ 욕 들은 쌍둥이 엄마

외출땐 애들 밥 챙겨 차에서 먹여

공공연한 눈총 ‘노키즈존’ 확대

“아이들에 대한 배려 당연시 말아야”

이달 말부터 2주 정도 미국에 있는 시댁에서 연말을 보내기로 한 주부 임모(32)씨.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남들은 그게 뭔 걱정이냐 하지만, 곤혹스러웠던 올해 초 경험이 자꾸 떠올라서다.

불편한 기억은 당시 돌을 갓 넘긴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면서 생겼다. 비행기가 낯설어선지 아이는 비행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애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라는 주변 격려도 조금씩 “애 간수 좀 잘 하라”는 짜증으로 변해갔다. 임씨와 남편은 10시간 넘는 시간 다른 승객들 눈총을 견뎌가면서 아이를 안고 비행기 안을 서성여야 했다.

임씨 고민에 친구들은 ‘어린이용 콧물약’을 추천했다. “애를 맡길 곳이 없어 꼭 데려가야 한다”고 하자 “약을 먹이면 졸음이 오니까, 재우면 된다”는 조언이 나온 것. 임씨는 “아프지도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게 너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노 키즈 존(No Kids Zone)’ 확대 등 울고 떠드는 아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공공연해지면서 ‘아이 단속’에 대한 부모들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아이의 돌발행동을 단속하는 건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이 점차 강해지면서 급기야 임씨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되기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울고 뛰어다니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는 시각과 “아이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건 기본 에티켓”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선다.

일부 부모는 아이 때문에 공공장소 방문 자체를 꺼리게 된다는 하소연을 한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칭얼대거나 자리를 벗어나면 곧바로 날아오는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26개월짜리 쌍둥이를 키우는 주부 김모(34)씨는 식당에서 ‘맘충(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적 엄마를 지칭하는 속어)’이라는 소리를 듣고 난 후 웬만하면 아이들과 식당을 가지 않는다. 김씨는 “뛰어다니려는 아이 둘을 억지로 앉혀놓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고 털어놨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눈치를 받기도 한다. 지난달 세 살배기와 제주도에 다녀 온 김모(30)씨는 “대기하는데 뒤쪽에서 ‘비행기는 왜 노키즈존이 아니냐’고 대뜸 짜증을 내더라”며 “기내에서 아이가 혹시라도 울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고 했다. 카페에 아이를 데리고 갔던 선모(27)씨는 “아이가 휴대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니 곧바로 카페 직원이 주의를 주더라”고 말했다.

부모의 노력은 ‘당연한 매너’라는 시각도 분명 적지 않다. 올해 2월 경기연구원이 시민 1,000명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응답자 93.1%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로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아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일상 속 피해가 실제 상당하다는 얘기. 직장인 A(30)씨는 “출장 길 12시간 넘는 비행 내내 앞자리 아이들이 울어 한숨도 못 잤다”며 “이건 분명 부모 잘못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회사원 박모(54)씨 역시 “부모들이 시끄러운 아이에 대한 남들의 인내와 배려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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