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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기 광풍’ 비트코인 거래 엄정 규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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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기 광풍’ 비트코인 거래 엄정 규제키로

입력
2017.12.05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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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미래화폐 될 수 없다”

TF주관 금융위서 법무부로 바꿔

사설거래소 요건 까다롭게 할 듯

“하루에 수천만원 수익 무용담에

학교서 단타 치는 고교생도 많아”

정부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원천차단 하지는 않되, 공식적인 화폐나 투자상품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할 방침이다.

4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각 부처는 이날 가상통화 거래를 엄정 규제하는 내용의 범정부 공동대책을 법무부 주관으로 신속히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우선 이날 회의에서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나 화폐로 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안전하고, 따라서 미래의 화폐가 될 거란 주장이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안전 거래만 보장할 뿐 가치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며 “가상화폐는 미래의 화폐나 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식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이나 진입 관련) 규제를 두는 방식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법으로 허용할 경우, 자칫 정부가 가상통화를 화폐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미 민간에서 설립해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가 일정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식의 규제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가령 이들 거래소가 고객 투자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투자 위험 등을 고객에 자세히 알리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 투자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등의 가상통화 거래는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일 예정이다.

사실 그간 정부는 금융위 주관 가상화폐 TF를 꾸려놓고도 관련 대책을 한차례만 내놓았을 만큼 규제책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규제에 나서는 순간,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했다는 빌미를 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뒤늦게 범정부 대응에 나선 건,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1만1,418달러(오후 4시 기준)를 찍었다.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선 시세차익으로 하룻밤 새 수천 만원을 손에 쥐었다는 ‘무용담’이 널려있을 만큼 최근 가상화폐 투자엔 소득이 없는 대학생과 가정주부, 심지어 10대 청소년들까지 일확천금을 꿈꾸며 뛰어들고 있다. 마포구의 한 고등학생(17)은 “학교에서도 종일 투자 창을 켜놓고 단타 치고 빠지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원화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달러화 거래보다 많다”며 “한국만큼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운 곳이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거래에선 투자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통신사업자로만 신고하면 된다. 때문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서버 다운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봐도, 가격이 하루 100만원 넘게 널뛰기를 해도 제어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버 접속장애로 수십억원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 640여명은 이날 빗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법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의 거래소는 우리와 달리 까다로운 인가 기준을 갖춰야 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는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강한 투기적 성향으로 가상화폐 광풍이 부는 나라는 전 세계에 몇 안 된다”며 “거래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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