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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내 이름은 이흑산, 한국이 준 이름이죠

입력
2017.12.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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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 체육관에서 있었던 복싱경기는 경기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 선수를 상대할 한국대표가 카메룬 출신의 난민 이흑산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검은 피부에 레게머리를 한 그가 어쩌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으로 왔을까요?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된 이흑산 선수의 이야기를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고가혜 인턴기자 hkintern@hankookilbo.com

"홍코너, 한국 웰터급 이흑산!"

태극기가 새겨진 권투바지를 입고 링 위로 올라서는 한 복싱선수.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한일전인 만큼 일본선수와 맞서는 한국대표에게 관중의 함성이 쏟아집니다.

거뭇한 피부에 레게머리, 신장보다 더 긴 187cm의 팔은 링 위에서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기 제격인데요.

이흑산이라는 향토적인 한국 이름이 아닌, 그의 진짜 이름은 압둘라예 아싼. 카메룬 출신의 난민입니다.

카메룬에서 대한민국까지의 거리는 11,943.80km, 그는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여기까지 왔을까요?

때는 2015년 8월, 경북 문경에서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카메룬 군대 소속의 복싱선수로 한국을 방문한 이흑산.

그러나 카메룬 군대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월급은 커녕 훈련 지원도 받을 수 없었고, 복싱 경기도 소속부대에서 지정한 경기에만 출전해야 했죠.

생계 유지를 위해 민간대회에 참가했다가 감옥에 끌려간 것은 물론, 군대에서 갖은 고문과 폭행을 당해 온 그는

“혹여 도망치면 사살하겠다”는 연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대회일정 도중 선수단에서 탈출해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탈영병이 된 그에게 한국은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카메룬으로 송환되어 군대로 끌려가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사형 뿐이었죠.

하지만 한국은 이흑산 선수의 난민 신청을 한 차례 기각했습니다. “송환되면 박해 받는다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생사의 길에 놓인 그를 다시 살린 것은 다름 아닌 '복싱'

지난 5월,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달면서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의 그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고 한 차례 기각됐던 난민심사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사실 이흑산 선수에 대한 난민 인정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2016년 기준, 난민 신청자 7,542명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고작 98명, 1.3% 밖에 되지 않는 낮은 확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흑산 선수가 일본의 바바 가즈히로를 상대로 첫 국제전을 치르고 있는 지난 25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 체육관.

긴장감이 흐르는 마지막 3라운드, 잽으로 거리를 유지하다 경기 종료를 6초 앞둔 순간 그의 왼손 주먹이 상대의 턱을 올려쳤고

상대는 결국 수건을 라운드에 던져 백기투항합니다. 결과는 KO승, 이흑산의 국제전 첫 승의 순간이었습니다.

이흑산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웰터급 한국 챔피언으로 국제전까지 치른 그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 벨트’.

그는 앞으로도 태극기가 새겨진 권투바지를 입고 링 위에 오를 예정입니다.

그것이 난민신청을 받아준 한국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카메룬-코리안'이예요. 카메룬으로 송환됐으면 저는 살아있지 못했을 테니 다시 태어난 것과 같죠."

"제게 다시 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 2017년 12월 2일자 기사 '난민 이흑산, 한국에서 진짜 복서로 거듭나다' ( 바로가기 )을 참조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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