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의장국 지위로 한국서 첫 개최
175개국 1000여명 참석
올해 나폴리 피자 등 36건 심사
내년엔 ‘씨름’ 등재 심사 예정
4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제12차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에서 이병현(오른쪽)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무형유산이 잘 전승돼 오고 있는 한국의 제주에서 회의를 하게 돼 의미가 깊습니다. 무형유산보호협약은 여러 문화 관련 협약 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중심에 놓인 협약입니다.”(프란시스코 반다린 유네스코 사무총장보)

제12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가 3일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무형문화유산은 자연의 비경과 문화유적을 포괄하는 ‘세계문화유산’, 기록물에 주어지는 ‘세계기록유산’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 3대 유산의 하나다. 올해 우리나라는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 행사를 주관한다. 이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75개 협약국 대표단과 유네스코 사무국, 비정부기구 등 1,000여명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모였다.

올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심사는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린 30건과 위험에 처해 긴급보호가 필요한 문화유산 6건에 대해 이뤄진다. 6, 7일 이틀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 독일의 오르간 제조기술, 스위스의 바젤 카니발, 베트남의 바이 초이 예술 등에 대한 심사가 예정돼 있다. 나폴리 피자는 반죽 준비 화덕과 제빵사의 움직임까지 4가지 단계로 이뤄진 요리 기술로, 오늘날 3,000여가지 기술이 전승되는 무형유산이다.

여론의 관심은 문화유산의 등재 여부에 쏠리지만 유네스코 측은 문화유산 등재가 문화 간의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4일 개최된 합동 브리핑에서 조티 호사그라하 유네스코 창의국장은 “무형유산 등재 심사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표현하는가를 중요하게 살펴본다”며 “세계문화유산과의 차이는 국경과 소유권의 개념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국가가 무형문화유산을 등재한다고 해서 그 문화유산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씨름협회가 씨름을 북한과 공동 등재를 추진하다 2015년 북한이 단독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을 하면서 지난해 별개로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이병현 주 유네스코 대사도 “무형유산 등재 심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필요한 재원 조성 방안 마련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등 등재 이후에 보다 중요한 것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시스코 반다린 유네스코 사무총장보가 4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제 12차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우리나라는 현재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아리랑, 김장문화 등 19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등재된 유산이 많을 경우 등재신청을 2년에 1건으로 제한한다. 지난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제주해녀문화가 등재됐고, 내년 씨름에 대한 등재 심사가 예정돼 있다.

등재신청 제한은 유네스코의 예산이 줄어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무형유산위원회에 대한 유네스코 예산은 2011년 이후 예산 중 4분의 1이 삭감됐다. 유네스코 예산의 22%를 분담금으로 내 온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유네스코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 10월 열린 제13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위안부기록물 등재 보류가 분담금 기여도가 높은 일본의 입김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분담금 문제와 관련됐다는 지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이병현 대사)는 설명이 이어졌다. 반다린 사무총장보는 “기록유산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바는 모든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고 인식하자는 것이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완벽하지 않아서 장애물이나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양진하 기자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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