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가스 공급량 기준 점유율 1위
자회사 에스파워로 발전소 사업
단가 높아 경쟁력 밀리며 위기
지분 매각 나섰지만 진척 없어
#2
이씨-유씨 집안 동업 유지 속
삼천리-삼탄 사실상 계열 분리
삼천리 여의도 본사 전경. 삼천리 제공

“당사는 ㈜에스파워 지분매각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삼천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이 같은 내용의 똑같은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내놓고 있다. 팔고는 싶으나 매각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에스파워 매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조회공시 답변이 6개월마다 반복되고 있다.

에스파워는 지난 2014년 삼천리가 한국남동발전과 합작해 안산에 만든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다. 현재 삼천리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지난해 기준 삼천리그룹 전체 매출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에스파워는 당초 삼천리 미래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도시가스 사업을 주로 하던 삼천리는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고 에스파워는 그 첨병이었다. 삼천리는 장기적으로 발전과 플랜트, 집단에너지 사업 등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삼천리그룹 매출의 50% 이상을 이들 사업군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2014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에스파워는 기대와 달리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6,32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536억원으로 30%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9억원에서 9억원으로 97% 급감했다. 특히 당기 순이익은 57억원에서 지난해 148억원 적자로 전환하며 삼천리 전체 그룹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에스파워가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발전소를 건립할 당시 예측과 다르게 전력 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LNG발전소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공급을 위한 발전은 단가가 싼 발전소를 먼저 가동하기 때문에 석탄이나 석유보다 연료값이 비싼 LNG 발전소를 찾는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발전소 업계 관계자는 “삼천리 등이 LNG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전기 공급이 부족해 서울에서도 단전 사태가 벌어져 정부가 민간의 LNG 발전소 건설을 한창 독려할 때였다”며 “하지만 그 후 전력 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단가 경쟁에서 화력 발전소에 밀린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자 삼천리는 지난해부터 에스파워 지분을 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 LNG 발전소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다. 에스파워뿐 아니라 동두천드림파워, 포천파워 등 다른 LNG 발전소들도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LNG 발전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순차적으로 문을 닫고 있는 석탄과 석유 화력발전소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LNG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며 “단기간에 에스파워 매각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체질개선 성공

삼천리의 뿌리는 함경남도 출신 고(故) 유성연ㆍ이장균 선대회장이 1955년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에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때 월남해 각자 장사를 하다 이 회사를 세우고 연탄 제조ㆍ판매 사업에서 동업을 시작하게 됐다. 두 선대 회장은 1962년 강원 정선군에 삼척탄좌개발(현 삼탄)을 세우고 석탄채굴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연탄 제조ㆍ판매와 석탄 채굴업을 기반으로 초기 삼천리 그룹의 뼈대가 완성된 것이다.

1980년대 삼천리는 연탄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자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하며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주력 사업을 갈아타는 시도를 하게 된다. 삼천리는 현재 경기ㆍ인천지역에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9월 말 현재 전국 총 33개의 사업자 중 도시가스 공급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1위(16.6%)를 차지하고 있다. 연탄 기업에서 도시가스 기업으로 훌륭하게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추진한 삼천리의 ‘체질개선 2.0’은 복합 화력발전 사업 등의 부진으로 뚜렷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조7,362억원에 달했던 삼천리 연결기준 매출액도 지난해 3조632억원으로 18% 줄어든 상태다.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 매출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사업인 발전과 집단에너지 사업도 부진했던 게 매출 감소의 주원인이다.

구현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천리의 실적 관건은 에스파워 등 자회사에 달려 있다”며 “다만 올해는 도시가스 소매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할 수 있고, 또 내년 이후 석탄발전총량제한 도입 등으로 LNG 발전소 가동률 상승도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
2대 60여년 유지된 동업…지분 정리는 숙제

삼천리의 경영상 가장 큰 특징은 2대 60여 년에 걸친 유씨와 이씨 두 가문의 동업 관계가 느슨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천리 그룹을 이끄는 사람은 창업자 이장균(1997년 타계) 선대회장의 차남 이만득 삼천리 회장과 공동 창업자 유성연(1999년 타계) 선대회장의 아들 유상덕 삼탄 회장이다.

두 가문은 각각 삼천리(이씨)와 삼탄(유씨)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경영하며 느슨한 동업 관계를 끈을 유지하고 있다. 동업 관계는 느슨하지만 회사 지배력을 나타내는 주식 지분 현황에서는 한 치의 오차가 없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삼천리의 주식은 양가가 각각 16.18%씩 칼같이 나눠 가지고 있다. 양가가 보유한 주식 수도 각각 65만6,371주로 단 한 주의 차이도 없다. 이씨 일가에서는 이 회장이 8.34%, 이 회장의 조카인 이은백(45) 삼천리 부사장이 7.84%를 보유 중이다. 유씨 일가는 유 회장이 12.3%, 여동생 유혜숙 씨가 3.88%를 갖고 있다. 비상장 회사인 삼탄 역시 두 집안이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집안이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가지고 있지만 심정적으로 삼천리와 삼탄을 기반으로 사실상 계열분리를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회사 지분 가치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어느 한 가문의 피해가 없게 공정히 지분을 교환할 방법을 찾지 못해 명목상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유상덕 삼탄 회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삼천리의 등기임원 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임원 명단에서도 이름을 뺀 상태”라며 “주식만 서로 나눠 가지고 있을 뿐 두 회사는 경영도 독자적으로 하고 있어 두 가문은 심정적으로는 계열 분리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카를 아들 삼은 이만득 회장

이 씨 가문이 경영을 맡은 삼천리의 후계 구도는 이만득(62) 회장의 조카 이은백 부사장이 잇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이 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에게는 은희, 은남, 은선 씨 등 세 딸이 있는 데 은선 씨 말고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은선(36)씨는 미국 U.C. 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에 입사해 현재 전략본부 신사업 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은선씨는 창업주 장손인 이은백 부사장에게는 후계 구도상 경쟁 상대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04년 입사 이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현재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 회사 지분율도 이 회장 뒤를 이은 2대 주주로 회사 지배력에 부분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작은 아버지인 이 회장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은 어느 날 이 부사장을 두고 주변에 “난 이미 아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사장이 확고한 입지와 그에게 경영권이 무리 없이 넘어갈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천리 관계자는 “이만득 회장이 아직 경영을 챙기고 있어 3대 경영 승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 난 것이 없다”며 “이은백 부사장은 2014년 이후 미주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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