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부분 선내에서 쉬다 갇혀 인명 피해 커졌다

알림

대부분 선내에서 쉬다 갇혀 인명 피해 커졌다

입력
2017.12.03 15:48
3면
0 0

신고 33분 만에 구조정 도착

영흥도 항만 혼잡해 출동 지연

일부 승객은 ‘에어포켓’ 대기

극적으로 목숨 건지기도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가 침몰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가 침몰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는 새벽 시간대 출항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발생, 인명 피해를 키웠다. 사망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도, 선내에서 휴식을 취하다 미처 사고에 대처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영흥도 항만이 혼잡해 해양경찰 구조정 출동이 다소 늦어진데다 겨울철이라 사고 해역 수온이 영상 7도까지 떨어져 생존 확률도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일부 승객은 ‘에어포켓’에서 대기하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전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선창1호(9.77톤급) 전복사고로 무려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발생한 돌고래호(9.77톤급) 전복사고 이후 가장 피해가 큰 낚싯배 사고다. 당시에는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사고 당시 승선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새벽시간 대 출조에 나선 탓에 낚시객 대부분이 선내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유선과 갑작스럽게 충돌했을 때 낚시객들이 미처 대피할 여유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 사망자 13명 중 11명이 선내에서 발견됐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숨진 낚시객은 2명이었다. 해경은 선내 사망자 대부분이 익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뒤집힌 배 안에 있었으나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진 낚시객도 있었다. 에어포켓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공기층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심모(31)씨 등 3명은 뒤집힌 선창1호 내부 조타실의 에어포켓에서 1시간 30분 가량 기다리다가 오전 7시43분 해경 인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돼있어 충돌 후에도 일부가 수면에 떠 있었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선들로 혼잡한 진두항 상황과 사고 해역의 빠른 물살, 낮은 수온도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 직후인 이날 오전 6시 9분쯤 해경에 사고 신고가 접수됐으나 해경 영흥파출소 연안구조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33분이 지난 오전 6시 42분쯤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진두항에 정박한 어선들을 정리, 물길을 여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함정과 헬기 등 구조세력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으나 거센 조류 때문에 바다에 빠진 낚시객들은 사고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흘러갔고 구조까지 다시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날은 ‘여덟물’ 시기로 썰물의 세력이 더 크고 조수 간만 차도 8.5m에 달했다. 육지에서 먼바다 쪽으로 실종자들이 떠밀려갈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구조자가 처음으로 병원에 이송된 것은 사고 발생 후 2시간이 지난 오전 8시 33분쯤이었다.

영상 7도에 불과했던 차가운 수온은 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낚시객들의 생존 확률을 떨어트렸다. 통상 바다 온도가 10도 미만일 때는 2시간 이내에 구조해야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경은 동이 트기 전 사고 해역의 시정이 좋지 않은데다, 약한 비가 내리고 안개도 다소 껴 있었다고 했다. 당시 기상은 북서풍이 풍속 8~12m로 불고 있었고 파고는 1~1.5m, 시정 약 1.6㎞ 이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