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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통제 벗어난 혈세’ 특수활동비의 운명은?

입력
2017.12.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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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임기 내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앞서 지난 4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이 특활비로 ‘돈봉투 만찬’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국회 운영위원장 재임 시절 특활비 유용 논란이 최근 재부상하면서 특활비의 공적 통제 요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로서 한 해 9,000억원 가까이 편성되고 있는 특활비. 그러나 현금 집행 비율이 높고 필요에 따라 지출 증빙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악용, 특활비를 제멋대로 쓰는 악습이 지속돼 왔습니다.

권력기관의 ‘쌈짓돈’ ‘눈먼 돈’으로 불려온 특활비, 이번엔 국민 감시 아래 투명한 편성ㆍ집행 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요.

기획ㆍ제작 = 한국일보 웹뉴스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연간 10억원가량 정기 상납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권력기관이 작당해 국민 모르게 세금을 빼돌린 것인데요, 당시 실세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썼다는 의혹까지 나옵니다.

올해 4월 법무부-검찰 소속 검사들의 만찬에서 오고갔던 돈봉투 역시 특수활동비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본인의 말바꾸기로 재차 논란이 되고 있는 야당 유력 정치인의 공금 유용 의혹도 특수활동비를 개인 생활비로 썼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이처럼 국가기관 전반에서 문제가 불거지다보니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사실 특수활동비는 원활한 국가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2015년 기준 특수활동비가 배정된 부처·기관은 19곳, 액수는 전체 예산의 0.2% 수준인 8,810억원입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국가정보원 몫입니다.

문제는 특수활동비의 상당한 부분이 현금으로 집행된다는 점. 더구나 '집행 목적 달성에 지장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즉 어디에 돈을 썼는지 밝히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수활동비 유용, 드러난 것만 열거해도 ▦“국정원 다니는 남편이 특수활동비로 외도” 이혼소송 ▦해외파견 국정원 정보관, 가짜영수증으로 횡령하다 파면 ▦대통령 특수활동비 빼돌린 청와대 비서관 유죄 확정 ▦해군참모총장, 업무추진비 조로 받은 국정원 돈 빼돌려…

특수활동비 상납 또한 뿌리가 깊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 “(이명박정부 때) 총리실에 출근하자마자 받은 지시가 청와대 비서관실에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일이었다. 1년 재직하던 내내 매월 200만원씩 꼬박꼬박 상납했다.” ▦이해찬 의원 “(김대중정부 때)교육부 장관에 취임하니까 국정원에서 학원대책비로 쓰라며 30억원을 가지고 왔다. 그 돈을 쓰는 순간 국정원에 약점 잡히는 것이라 거절했다.”

특수활동비가 노골적인 행태의 유용은 아닐지라도 기관운영 경비 등 본래 예산편성 취지와 동떨어진 영역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새겨들을 대목입니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수렴, 내년 특수활동비 예산(안)을 올해(4,007억원)보다 18% 줄인 3,289억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국정원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보위원회도 내년 특수활동비를 올해보다 19%(680억원) 삭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수활동비 논란은 결국 예산 책정과 집행의 투명도를 납세자 국민의 기대만큼 높일 때 종식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카드로 초콜릿을 샀다가 사퇴했다는 스웨덴 부총리 일화가 귀한 혈세를 쓰는 우리 국가기관의 일상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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