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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숨통 죄는 ‘해상봉쇄’, 중ㆍ러 끌어들이기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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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숨통 죄는 ‘해상봉쇄’, 중ㆍ러 끌어들이기 난제

입력
2017.12.01 16:4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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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민간 선박까지 모두 차단하려면

안보리 제재 새 근거 만들어야

②중국ㆍ러시아 참여 여부 불투명

北, 되레 우리 선박 나포 우려

③쿠바식 해역 봉쇄 실효성 없고

무역 90% 中의존… 타격 미미

④평창 올림픽 앞둔 정부도

“아직 美 제안 없어” 되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북한이 사거리 1만3,000㎞에 달하는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해상봉쇄로 북한을 옥죄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숨통을 조인다면, 해상봉쇄는 북한의 손발을 묶어 고사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상봉쇄를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아 실제 북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보리 제재에 빠져, 새로 근거 마련해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 결의 2375호를 채택하기까지 갈수록 제재 수위가 높아졌지만, 수출입에 동원된 민간 선박은 제재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었다고 의심될 만한 선박을 검문하고 차단하는 정도여서 압박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2009년 북한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이 주도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했지만, 북한 선박을 죄다 막을 만한 법적인 근거는 없었다. 유엔 헌장 42조는 안보리가 인정해야 봉쇄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뒤늦게 미국, 한국, 일본 등은 자구책으로 북한 선박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래도 북한을 경유한 타국 국적의 선박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1일 “우리와 미국은 안보리 결의로 북한을 경유한 선박을 모두 제재하자고 주장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 선박까지 모두 차단하는 해상봉쇄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대북제재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공감대는 아직 충분치 않다. 미국이 화성-15형 발사 이후 안보리 결의에 이 내용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가 봉쇄 동참할까

무엇보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가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다. 북한은 서해의 남포항, 동해의 청진항과 원산항을 통해 대부분의 해상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쪽 북동항로나 일본 쓰가루 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가 있지만, 거리가 멀거나 미일 양국이 차단하기 용이해 북한이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루트다.

북한의 동해를 출발해 제주해협이나 대한해협을 지나는 길도 있다. 이 항로는 PSI 훈련을 통해 미국과 우방국이 수 차례 도상연습을 진행한 곳이다. 이와 달리 서해는 중국과 맞닿아 있다. 미국이 봉쇄에 나서기 쉽지 않은 해역이다. 군 관계자는 “중국이 동ㆍ남중국해로 연결되는 서해 항로를 스스로 봉쇄할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중국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역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북한 항로를 봉쇄하면 북한 함정이 러시아 방향의 북동항로로 향하는 우리 선박을 나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효과적으로 북한을 옥죌 수 있을까

해상봉쇄의 원리는 간단하다. 과거 쿠바 봉쇄처럼 함정 100여 척으로 북한 해역을 겹겹이 에워쌀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함정과 달리 민간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켜놓고 항행한다. 이동 방향과 신원, 적재화물을 국제기구에 신고하는 장비다. 함정이 민간 선박보다 속도가 3배 정도 빠르기 때문에, AIS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심되는 선박만 따로 추려 선별적으로 막으면 된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철광석, 무연탄 등 북한의 연간 수출 22억 달러(약 2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13억~14억 달러 가량의 광물이 해상으로 운송된다. 하지만 해상 운송로는 대부분 서해를 이용해 중국으로 향한다. 더구나 2014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다 대부분 육로로 이동하고 있어 해상봉쇄는 실질적으로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치 않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평창 올림픽 앞둔 정부 고민

정부는 당장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다. 지난해 2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는 과감하게 개성공단을 포기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했다. 하지만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해상봉쇄에 나서기는 여의치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해상 운송로를 틀어쥐는 최고 수위의 압박을 하면서 올림픽에 초청해 평화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미 정부가 해상봉쇄 카드를 공론화했지만 정부는 모호한 입장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해상봉쇄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로 비칠 수도 있어 부담이 크다. 사정이 이런지라, 국방부는 “미국이 해상봉쇄를 아직 제안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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