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 장면. CJ E&M 제공

라디오에서 유명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만의 히트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우아하게 울려 퍼진다. 차가운 철문과 창살 투성이라 온기라곤 찾기 힘든 교도소가 배경이다. 문득 드는 의문 둘. '감옥에도 음악이 나오나?' '라디오 DJ의 음성을 들을 수 있나?' 정답부터 말하면 '그렇다'다. 교도소나 구치소의 소장 재량에 따라 라디오를 틀어준다고 한다.

국민 드라마라는 수식을 얻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이번 드라마에서도 '디테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앞에 둔 프로야구 스타 김제혁(박해수)이 과잉방위로 ‘감빵’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담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첫 회부터 흥미로웠다. 감옥생활을 알 리도, 알 필요도 없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아침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재소자들이 먹는 음식, 취침 방식 등을 보면서 '저게 정말 맞나?'하면서도 설득된다면, 신 PD의 마법에 걸려든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드라마 속 시대를 대표하는 소품들을 찾아서 활용하거나 직접 제작해 추억을 소환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면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88년에 실제로 서울 쌍문동에서 일본식 풍로(곤로)를 사용했는지(‘응답하라 1988'), 1994년에 팔리던 '글로리' '88' '솔' 등 담뱃갑 포장 디자인이 실제와 맞는지(‘응답하라 1994') 등은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도록 유도했고 이는 또 다른 입소문으로 확대됐다.

신 PD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도 여러 곳에 ‘디테일의 함정’을 파놓았다. '진짜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는 시청자가 많을수록 신 PD의 전략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 세 편이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첫 회는 시청자에게 '구치소 생활백서'를 알려주기로 작정한 듯 소소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재소자들에게 배식은 하얀 플라스틱 통에 담아 주거나, 감방 안에 스위치가 없다거나, 면회 때 사식은 안 되고 영치금만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등 알듯하면서도 몰랐던 내용을 담은 장면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디테일은 어디서 나올까. 신 PD는 드라마 사전 준비 작업을 통틀어 "스터디(공부)"라고 칭한다. 그는 입버릇처럼 "스터디 하면서"라고 말할 때가 많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지난해 초부터 구치소와 교도소에 대한 자료를 찾고 관련자 인터뷰를 하느라 진땀을 빼왔다.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고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잠깐!"을 외치는 일이 다반사다. 애매한 대사나 장면이 있으면 촬영하다가도 꼼꼼하게 '팩트 체크'를 하고 넘어간다는 거다. '디테일 병'에 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이끼'와 '내부자들', tvN 드라마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웹툰 작가는 단 한 줄의 대사를 위해 미국의 한 지인과 하루 종일 통화했던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꼼꼼하게 취재를 한 뒤 사실 확인을 거쳐야만 글이 써진다고 했다. 별거 아닌 듯 그냥 지나 칠 수 있는 자잘한 것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결국 극적 재미를 더한다. 연출자와 제작진은 괴롭지만 시청자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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