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011년 7월7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선 특임대사, 오른쪽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막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꼭 30년 만에 대한민국이 주인이 돼 치르는 올림픽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첫 구상은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된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의 파천황적인 발상에서 비롯됐다. 세평에 오르내리는 김 전 지사 개인의 공과와 상관없이 그가 없었다면 평창올림픽은 ‘발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50대 초반이던 1999년 강원 도지사로서 평창 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첫 도전장을 던졌다. 결과는 2014년 유치전을 포함해 두 번 연속 실패. 그러나 한국은 2011년 7월7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를 통해 삼수 끝에 압도적인 지지로 2018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근대올림픽 120년 사상 동ㆍ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나라는 한ㆍ중ㆍ일을 포함해 9개국에 불과하다. 남아공 IOC총회에서 유치위원장 조양호와 특임대사 김진선, 피겨여왕 김연아, 대변인 나승연 등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오른 8명의 가슴 절절한 호소를 기억한다.

김진선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평창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발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닌 바위 부수기였다”며 감격해 했다. 모든 사람이 비웃음과 함께 불가능하다고 조롱했지만 꿈과 비전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성취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후 올림픽 진행과정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주무부서 문체부와 개최지 강원도의 주도권 다툼, 그리고 이름뿐인 조직위의 무능력함에 애물단지를 넘어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 마저 흘러나왔다. 그 중에서도 결정판은 지난해 터진 최순실 게이트의 이권대상으로 농락 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였다. 자칫 올림픽 개최의 숭고한 가치마저 훼손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평창은 운명적으로 ‘신의 한 수’를 접한다.

조양호 평창올림픽 유치 위원장이 귀국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임 조양호 위원장의 뚝심과 후임 이희범의 부챗살 네트워킹이다. 조 위원장은 특정인의 올림픽 이권개입 시도를 마지노선에서 차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실세의 민원과 특혜를 원천 봉쇄한 조 위원장이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나자, 이 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평생을 스포츠와 무관한 경제관료로 일했지만, 헌신적으로 조직위의 살림을 살찌웠다. 그리고 지난 27일부로 국내 기업 후원과 기부금액이 당초 목표액 9,400억원을 뛰어넘어 1조원을 돌파했다. 참고로 올림픽 총 예산 14조원 중 고속철도 건설 등 강원지역개발을 위한 SOC에 투입된 비용만 11조여원에 달한다. 기타 경기장 건설을 포함해 순수한 올림픽 개최 비용은 2조 8,000억원. 이중 3분의 1은 IOC의 지갑에서 나온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10월30일 그리스 현지에서 성화를 인계받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평창 올림픽에 드리워진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른바 ‘적자 올림픽’프레임이다. 그리고 신설 경기장 6곳 중 3곳에 대해 사후 활용계획 미정이란 꼬리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유지 관리비에 수십억원대 혈세가 투입된다는 논리다. 실제 앞서 매머드 국제대회를 치른 일부 지자체가 빚더미에 앉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에 따른 국민 통합효과와 대회 유산(레거시), 관광 상품성도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다. 개최국과 개최지가 누리는 무형의 가치도 소중한 재산이다. 여기에 스포츠외교를 쥐락펴락하는 IOC 위원 110명은 물론, 각국 수뇌부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특히 전세계 언론인 5만여 명이 평창 구석구석을 누빈다. 속칭 단군이래 유례가 없는 손님맞이다. 따라서 올림픽 개막을 전후해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평창 발(發)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쯤 되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흑자 혹은 적자대회 이분법으로 올림픽을 감상하는 것은 지나친 자학이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최형철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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