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언론에 함정 판 美 보수단체 막장 사기극

알림

언론에 함정 판 美 보수단체 막장 사기극

입력
2017.11.28 14:11
13면
0 0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로이 무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에 대해 가짜 제보를 한 여성(오른쪽)을 만나 인터뷰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WP는 당시 이 인터뷰가 녹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 WP 동영상 캡처.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로이 무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에 대해 가짜 제보를 한 여성(오른쪽)을 만나 인터뷰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WP는 당시 이 인터뷰가 녹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 WP 동영상 캡처.

미국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 후보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페이크(fake) 뉴스’로 공격하기 위해 ‘가짜 제보’ 함정을 판 한 보수단체의 막장 사기극이 덜미를 잡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주류 언론을 ‘페이크 뉴스’로 연일 공격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지 세력들은 언론 공세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아예 위장 작전까지 펴고 있어 미 언론들로선 이래저래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의 10대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무어 후보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했다”는 가짜 제보로 자사 기자들에게 접근한 한 여성의 행각을 낱낱이 공개했다.

WP에 따르면, 제이미 필립스라는 이름의 41세 여성은 무어 후보의 성추행 의혹 보도 이튿날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오랫동안 숨겨온 경험을 폭로하겠다”라며 접근했다. 몇 차례의 이메일로 ‘미끼’를 던진 이 여성은 기자와 만난 뒤 1992년 앨라배마주의 한 교회 청년부에서 무어를 만나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 후에는 무어의 요구로 낙태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였고 무어 후보는 카운티 법원 판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WP 기자가 이 여성의 주장을 팩트 체킹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여성이 앨라배마주에는 청소년 때 잠깐 머물렀다고 했지만 전화번호로 앨라배마주 지역번호를 쓰고 있고, 이 여성이 근무한다는 회사에는 제이미 필립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특히 이 여성은 자신의 이야기가 보도되면 무어의 낙선이 확실한 지를 반복적으로 물으며 기자의 의견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WP가 여성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거후원금 모집사이트인 고펀드미에 여성과 같은 이름으로 쓰여진 글이 발견됐다. 그는 올해 5월 해당 사이트에 "리버럴 주류 언론(MSM)의 거짓과 싸우기 위해 보수주의 미디어 운동의 일자리를 받아들였다"고 썼다. 결국 27일 오전 이 여성이 보수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뉴욕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WP 기자들에게 발각됐다.

프로젝트 베리타스는 주류 언론의 편견을 폭로하겠다는 명목으로 몰래 카메라와 위장 요원을 동원하면서 거짓 제보 함정을 파는 단체로 유명하다. 지난 3월에는 웹사이트에 ‘비밀 리포터’를 찾는다는 구인 공고를 내기도 했다. WP에 제보한 여성이 무어 낙선 의견을 집요하게 물은 것도 WP가 무어 낙선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트린다는 빌미를 잡기 위한 의도였던 것이다. 프로젝트 베리타스 창립자인 제임스 오키프는 이날 가짜 제보 여성을 고용했는지, 또 무어 후보 측과 함께 일하는지 등에 대한 WP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