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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농약 콩나물밥·농약 소주… 음독사건들 미제 많아

입력
2017.11.28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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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의심·보험사 제보·경찰 집념·전문가 분석

네박자 맞아떨어져 포천 농약 살인사건 해결

노씨가 체포된 재작년 2월, 경기 포천시 소재 거주지에서 발견된 제초제 그라목손. 경기 남양주경찰서 제공
노씨가 체포된 재작년 2월, 경기 포천시 소재 거주지에서 발견된 제초제 그라목손. 경기 남양주경찰서 제공

‘포천 농약 살인사건’은 ▦피해자 유족의 의심 ▦보험사의 적극적인 제보 ▦경찰의 집념 ▦전문가 분석까지 네 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기에 해결 가능한 사건이었다. 사건해결을 주도한 이종훈 경위조차 “이 네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빠졌다면 사건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27일 전했을 정도다.

실제 최근 수년 동안 발생한 농약 음독사건 중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제가 유독 많다. 지난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 한 음식점에서 콩나물밥을 먹은 노인 6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정모(당시 72)씨가 사망한 ‘충북 보은 농약 콩나물밥 사건’이 대표적. 당시 콩나물밥에 들어간 양념간장에선 맹독성 살충제 ‘메소밀(methomyl)’이 검출됐지만, 조리에 관여한 식당 주인과 종업원 모두 양념간장 자체를 조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식재료 유통과정을 역학조사 하는 등 꼼꼼히 수사했지만,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14년엔 제주 서귀포시 한 노인정에서 70대 노인이 농약 소주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지만, 이 역시 미제로 남아 있다.

용의자를 잡더라도 유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재작년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농약 섞인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두 명이 숨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경우 유력 용의자로 박모(84)씨가 검거된 이후에도 수사는 난항을 거듭했다. 시종일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범행에 쓰인 사이다병과 살충제가 담긴 자양강장제병에서 박씨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등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기는 했지만, “박씨가 평소 화투를 치면서 피해자들과 다툼·갈등이 있었고 평소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돼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황증거가 유죄 인정의 주요 근거였다. 홍세용 순천향대 의과대학 교수는 “농약중독은 의료계에서조차 발병 원인과 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꼽힌다”며 “그런 만큼 수사기관에서도 사건 초기부터 약물 전문가 등 외부에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할 만큼 쉽지 않는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okilbo.com

‘포천 농약 살인 사건’ 실마리 푼 홍세용 교수. 순천향대 천안병원 제공
‘포천 농약 살인 사건’ 실마리 푼 홍세용 교수. 순천향대 천안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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