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범 고퀄 대표

신축 필요한 기존 IoT와 달리
집에 어떤 조명이 달려있든
벽 스위치가 와이파이로 연결
5분만 투자하면 간단히 스마트홈
업체마다 다른 플랫폼 내놓아도
연동 가능… 가장 강력한 경쟁력
스위치수가 스마트폰보다 많아
IoT 스위치, 생활 혁신 가져올 것
24일 서울 가산동 고퀄 사무실에서 우상범 고퀄 대표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작동하는 스위치 제품(오른쪽)을 손에 들고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우 대표는 “배선 작업 없이도 기존 스위치를 교체하기만 하면 스마트 홈 환경이 구축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지난 2013년 국가를 대표해 300여명이 참가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주관 MIT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에서 4명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 중 동양인 수상자는 단 1명이었다. 원격 인터폰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홈네트워크 방범 시스템’을 선보인 우상범(29)씨가 주인공이다. 영남대 교내 창업 경진대회 대상 수상, 대구 경북 창업 경진대회 대상 수상, 전국대회 진출에 이어 글로벌 대회 수상까지 모두 4개월여 만에 펼쳐진 일이었다.

우 씨는 “당시 택배 사칭 범죄가 잦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방문자가 벨을 눌렀을 때 방문자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문을 여는 것뿐 아니라 음성 변조 기능이 탑재돼 여성 거주자라도 남성 목소리로 방문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는 “사업만 시작하면 ‘대박’일 줄 알았지만, 기술 고도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무엇보다 코맥스 등 기존 업체들이 너무 강력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 씨가 대표로 있는 고퀄은 원격 인터폰에서 사물인터넷(IoT) 스위치로 사업 방향을 틀면서 탄생했다.

2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고퀄 사무실은 IoT 스위치를 포장하는 박스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쌓여있었다. 작업복 차림의 우 대표는 “이렇게 일이 많아 바빠질 때까지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IoT 스위치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스마트홈의 IoT 조명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IoT 조명은 집 안에 각종 스마트 기기를 연동하는 플랫폼 개념의 ‘허브’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연결되는 조명들도 허브와 연동이 가능한 규격을 갖춰야 한다. 고퀄의 제품은 집에 어떤 조명이 달려있든 상관없이 벽에 붙어있는 스위치 자체가 와이파이로 집 안 인터넷 공유기와 연결된다.

고퀄 사물인터넷 스위치 제품 사진. 고퀄 제공

이 차이점 때문에 아파트 단지를 건축할 때부터 배선 작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허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기존 스마트 조명과 달리, 스위치만 바꿔 달면 IoT 조명이 구현된다. 드라이버와 5분이란 시간만 투자하면 집 조명 시스템이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 대표는 “국내 기존 건물들의 스위치 버튼 뒤에는 배선이 2개인 콘센트 구멍과 달리 배선이 1개밖에 없다”며 “배선 1개로도 전자식 스위치가 작동되도록 해결해야 했고 통신 범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와이파이 안테나도 탑재해야 했다”고 개발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고퀄 사물인터넷 스위치 제품 사진. 고퀄 제공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후 양산은 더 큰 문제였다. 생산라인을 확보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비슷한 고민을 하던 중견기업 경인전자가 고퀄을 눈여겨봤다. 제조 능력은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부족했던 경인전자는 고퀄에 투자했고, 고퀄은 경인전자 생산라인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와이파이 기반 조명 스위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고퀄은 무선 안테나를 벽 안에 설치해 콘크리트의 방해를 받는 기존 제품과 달리 안테나를 벽 바깥으로 빼 통신 성능을 최적화한 기술, 고르지 못한 벽에 스위치를 달아도 오작동을 줄이는 금속 핀 활용 기술 등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사업 초반에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모델을 주력할 생각이었지만 스스로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 익숙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스위치를 직접 바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이때 고퀄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만난 기업이 코맥스다. 우 대표는 “과거 인터폰을 기획할 땐 경쟁자였지만 IoT 사업을 구상하던 코맥스가 우리의 스위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코맥스의 인터폰이 들어가는 건축물에 고퀄의 스위치가 함께 들어가게 되면서 판로가 대폭 확대됐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길이 열린 셈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자사 전자제품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IoT 생태계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도 고퀄이 다시 넘어야 할 산이다. SK텔레콤 등 통신사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도 스마트 스피커를 중심으로 홈 IoT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우 대표는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답을 내놨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확보하는 것보다 수많은 제품과 연결되는 핵심 플랫폼을 앞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조명 스위치는 어떤 플랫폼에든 다 들어가게 돼 있다”며 “다양한 회사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을 내놓더라도 문제없이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다는 건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IoT 스위치가 가져올 변화상에 대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우리 생활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떠올려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스위치의 개수가 스마트폰 개수보다 더 많고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영역”이라며 “지금이야 버튼식 스위치를 직접 누르지 않아도 조명을 켜고 끄는 것만 상상되지만 앞으론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사용자의 명령을 미리 읽는 스마트홈의 출발점이 IoT 스위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SWOT 분석/2017-11-26(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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