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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처남 도움에 기사회생한 깨끗한나라… 위해 생리대 논란에 큰 타격

입력
2017.11.2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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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후 지속된 적자로

부채비율 1000%까지 치솟자

처남 운영 희성전자에 구원 요청

긴급자금 수혈… 3년 만에 정상화

최병민 회장은 경영 일선 복귀

깨끗한나라 청주공장
깨끗한나라 청주공장

2012년 화장지와 여성용 생리대 등을 만드는 ‘깨끗한나라’ 임원 명단에 큰 변화가 생긴다. 3년 전 회사를 떠났던 최병민(65) 회장이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최 회장은 2009년 사업 부진으로 회사 상황이 나빠지자 LG그룹 방계기업인 희성전자에 회사 지분을 대거 넘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희성그룹을 이끄는 구본능(68)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최병민 회장의 부인인 구미정 씨의 오빠다. 즉 최 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손위 처남인 구 회장에게 회사를 넘겼다가 3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셈이다.

구 회장(희성전자)이 경영을 책임진 3년간 악화 일로였던 깨끗한나라의 재무구조는 몰라보게 개선됐다. 2006년 이후 지속된 적자로 부채비율이 1,000%까지 오르는 등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였던 깨끗한나라는 희성전자가 회사를 인수한 2009년 2분기 바로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12년에는 13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부채비율도 2008년 1197%에서 2012년 262%로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회사 안팎에서는 당시 최 회장의 복귀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기도 했다. 어려울 때 회사를 떠났다가 사정이 좋아지니 회사로 돌아오는 게 책임 있는 경영자의 자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이 회사에 복귀하긴 했지만 당시 최 회장의 지분율이 2%대에 불과해 처남 회사에 전문 경영인으로 ‘취직’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2014년 최병민 회장 일가는 희성전자에 넘겼던 지분을 다시 사들이며 회사 경영권을 장악해 간다. 주목할 점은 최병민 회장의 지분율은 2%대로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장남인 최정규 씨가 지분을 24%로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제지 업계 관계자는 “구본능 회장이 주식을 되파는 데는 동의했기에 최병민 회장 일가가 다시 깨끗한나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만 구 회장이 경영에 실패했던 최병민 회장을 믿지 못해 여동생의 아들인 정규씨를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추측이 당시 나왔다”고 말했다.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

릴리안 생리대 언급되며 직격탄

전체 성분 공개ㆍ환불결정에도

악화된 여론 잠재우지 못해

지난 10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가 증인석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래쪽은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가 증인석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래쪽은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초 위기… 처남에 SOS

깨끗한나라의 뿌리는 최병민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화식 창업주가 1966년에 세운 ‘대한팔프공업’이다. 이 회사는 제품의 포장지로 많이 쓰이는 백판지 등을 생산하다 1985년 금강제지를 인수한 후 화장지와 생리대, 기저귀 등을 만드는 생활용품 사업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현재 깨끗한나라 매출의 49%는 제지사업부에서 51%는 생활용품 사업부에서 나오고 있다. 꾸준히 덩치를 불려오던 깨끗한 나라는 2000년대 들어 제지사업과 생활용품 사업 양쪽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고전한다.

제지사업은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생활용품 사업도 유한킴벌리와 수입 브랜드 등에 밀려 점차 시장 지배력을 잃어갔다. 2006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한 깨끗한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경제를 덮쳤던 2008년 결국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재무구조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던 깨끗한나라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은 최 회장의 처남 회사인 희성전자였다. 희성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깨끗한나라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고 범LG그룹 출신 전문 경영인을 기용해 판매비와 관리비 절감, 마케팅 강화 등 시도해 회사를 정상화했다.

위생용품 시장 관계자는 “당시 깨끗한나라를 이끌던 전문 경영인들은 GS리테일 부사장, LG전자 해외법인장 출신 등 쟁쟁한 인사들이었다”며 “깨끗한나라 제품이 다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 가자 대기업의 관리능력은 역시 다르다는 얘기가 업계에 돌았다”고 말했다.

위해 생리대 논란으로 ‘홍역’

깨끗한나라는 올해 벌어진 ‘위해 생리대 논란’의 핵심에 있었다. 지난 여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을 쓰고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위해 생리대 논란에 불이 붙었다. 당시 언론에서 여성환경연대가 3월 발표했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재조명하고 이 과정에서 릴리안 생리대 제품명이 언급되면서 깨끗한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조되는 안전한 제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릴리안 생리대 전체 성분을 공개하고 환불결정도 내렸지만 악화한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항인데도 식약처는 위해 생리대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논란이 불거진 후 약 20여 일 지난 후에야 생리대 제조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은 8월 30일 처음 나왔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김만구 교수팀의 실험조사 10개 제품명에 대해서도 공개하는 결정을 내린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릴리안뿐 아니라 다른 생리대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김 교수팀의 연구조사가 과학적이지 않다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생리대 전체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정부는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섰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정부의 검사항목이 부실했고 결과 발표도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아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최병민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식약처 국정감사장에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저희 제품만 8월에 제품명이 공개되고 유해한 것으로 나오면서 피해가 말로 얘기할 수가 없다”며 “모든 제품이 대동소이한데 왜 저희 제품만 피해를 보는지 아직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리된 후계구도…승계문제 지적도

깨끗한나라의 후계구도는 2014년 이미 결정이 났다. 최병민 회장이 아직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장남인 정규씨가 16.3%의 지분율로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두 딸인 현수, 윤수 씨도 각각 7.63%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장남과 달리 두 딸은 회사 경영에 참여 중이다. 지분율이 2%대에 불과했던 최병민 회장도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지분율을 지난해 23%까지 늘리며 회사 재산에 대해서는 우선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병민 회장이 경영 복귀하면서 승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규씨가 2014년 희성전자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당시 20대 초반의 학생에 불과해 300억원이 넘는 주식 취득자금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두 딸의 주식 취득 자금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이 2009년 처남 회사에 지분을 넘기고 받은 돈이 세 자녀의 주식 취득 자금으로 쓰였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최 회장 자녀들은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양도받은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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