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행사 소규모 추세에
결혼식보다 계좌번호 반감 커
“장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참석 못할 경우 간편하게 부조
“삐딱하게만 볼 건 아니다” 반론
2017-09-05(한국일보)
직장인 연령대별 한달 평균 경조사비

얼마 전 대학동창으로부터 밥이나 먹으러 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돌잔치 모바일 초대장을 받은 김모(30·직장인)씨는 기분이 씁쓸해졌다. 활짝 웃는 아이 사진 밑으로 일시, 장소와 함께 계좌번호가 ‘떡’ 하니 적혀 있던 것. ‘돌반지는 하나 준비해야겠지’라는 마음이 “계좌번호를 보는 순간 싹 달아났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맡겨놓은 돈 찾아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를 돈으로 보는 건가’라는 기분까지 들더라”고 했다.

최근 돌잔치 등 모바일 초대장에 계좌번호를 적어두는 것을 두고 “무례해 보인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초대받은 행사에 부득이하게 가지 못할 때 계좌번호로 경조사비를 전달하는 경우는 흔한 일 아니냐는 말과는 별개로 과도한 경조사비가 주는 부담감이 이런 예민함과 반감을 키우고 있다. 2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1,381명이 지난해 한달 평균 지출한 경조사비는 인당 11만9,000원이었으며, 20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도 다섯 명 중 한 명(19.5%) 꼴이었다.

이런 반감은 특히 결혼식보다는 돌잔치에서 더 크다. 돌잔치라는 행사 자체가 가족간 식사자리 정도로 소규모화한 추세인데다 아예 생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지모(33)씨는 “그다지 친분이 없는 사람한테까지 계좌번호가 찍힌 돌잔치 초대장을 보내는 사람을 본 적 있는데 ‘경조사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돌잔치 초대장에 계좌번호를 기입해달라고 하는 요청 건수는 5명 중 1명 꼴인데, 결혼식(절반 수준)보다 확실히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좌번호를 몰랐으면 모른 척이라도 할 텐데”라는 토로로 이어지기도 한다. 계좌번호까지 적어뒀는데 무시하자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김윤지(29)씨는 “잠깐 인턴을 했던 회사에 별로 안 친했던 옆 부서 과장이 계좌번호가 적힌 초대장을 보냈다“며 “모른 척 하기가 멋쩍어 결국 돈을 보냈다”고 했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있기는 하다. “상부상조하는 전통”의 기술적 발전이라는 취지다. 직장인 최은경(35)씨는 “서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경제적 부담을 나누자는 의미도 있는데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꼭 돈을 내라고 강요한다는 식으로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게 이들 얘기.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을 전달하고 싶을 경우, 계좌번호를 묻고 답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주부 용모(28)씨는 “돈봉투 맡길 사람이 딱히 없을 때 직접 계좌번호를 물으면 서로 어색하다”며 “아예 계좌번호가 적혀 있으면 괜히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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