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인권침해’ 여전히 논란
의료법 조항으론 위법소지
“국민의 알권리 우선” 반론도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연합뉴스

심각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극적으로 살려내고도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의 심기는 복잡하다. 기생충 등 환자의 신체 상태를 공개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인격 테러이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공격을 받았기 때문. 김 의원은 23일 “마음에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해명도 하고 사과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본질은 남아있다.

이 교수는 과연 실정법을 위반했을까. 의료법 조항만 보면 위법 소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국민의 알 권리 등의 이유로 위법성이 해소된다는 반론도 있다.

의료법 19조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 등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 317조 ‘업무상 비밀누설’ 부분에는 직무 처리 중 얻은 타인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되는 직종으로 의사를 포함하고, 어길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환자 본인 의사에 반한 진료 정보 공개는 명예훼손 소지도 있다. 2001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지방흡입수술 사실을 폭로한 의사가 명예훼손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례도 있다.

진료 정보 공개가 언제나 처벌 대상인 것은 아니다. “진료 기록은 익명성이 보장되면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국종 교수의 말처럼 환자의 신원이 익명 처리 됐다면, 진료 기록이 누구의 것인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이번 건은 누가 보아도 북한 병사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특정되기 때문에 완전히 익명성이 보장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보다는 이국종 교수와 군의 진료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공공적 목적으로 이뤄져 죄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변호사(내과 전문의)는 “형법상 환자비밀누설에 대한 2013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국종 교수의 발언도 위법성이 조각될(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판례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 표현 내용ㆍ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 역시 공개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환자 정보 공개와 관련한 의료법이나 형법은 친고죄, 즉 본인이 직접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북한 병사가 생명의 은인인 이 교수나 군을 고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명예훼손은 제3자가 고발할 수는 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논란의 핵심은 애초부터 법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의료법 위반으로 문제를 삼자면, 의료진이 기생충이나 옥수수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더 담담하게 수술 경위만 설명했다 해도 진료정보 유출로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생충 등의 일부 표현 수위가 진짜 쟁점이지, 진료정보 공개 자체는 유명 인사나 공공성이 강한 사안에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차제에 의료진들이 법 위반 소지를 스스로 차단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번 건은 혹시나 문제가 있다 해도 책임은 군 당국에 있지 의사 개인에게 윤리적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의사들이 진료 외에 사회나 윤리, 인권 문제에는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김종대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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