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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은 병사 고문해 가해자로 ‘억울한 32년’… 인권위 “재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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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은 병사 고문해 가해자로 ‘억울한 32년’… 인권위 “재조사 필요”

입력
2017.11.23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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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포항 해병대 총기사고

피해자 김수현씨 “무참히 폭행 당해”

기간 경과됐으나 재조사 의견

훈련 중인 해병대. 한국일보 자료사진
훈련 중인 해병대. 한국일보 자료사진

32년 전 초소 근무 중 총에 맞은 병사를 해병대가 병원에 보내지 않고 살해범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고문까지 자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조사 필요 의견을 국방부에 냈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1985년 8월 7일 경북 포항 감포 해변에서 초소 근무를 서던 상병 김수현(당시 22)씨는 밤 10시쯤 들이닥친 방위병 A씨가 쏜 총에 오른쪽 발목을 맞았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B 병장이 안 보이자 A씨는 김씨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으로 자폭해 숨졌다. 사단 내 진료소에서 긴급처치만 받은 김씨는 병원이 아닌 헌병대 골방으로 옮겨졌다.

헌병대 수사관은 김씨를 졸지에 A씨 살해범으로 몰아 “수류탄 파편이 (A씨) 등에서 발견됐는데 네가 던진 거 아니냐”고 허위 자백을 추궁했다. 이어 알몸 상태로 각목과 쇠파이프 폭행을 당했고, 관통상 부위는 퉁퉁 부어갔다. 김씨는 본보 통화에서 “허위 자백을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참히 맞았다”고 회고했다.

김씨 부모가 일주일 뒤 아들 생일을 맞아 부대 면회를 오면서 김씨는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훈련을 갔다”고 둘러대던 부대 관계자들은 김씨 부모의 거듭된 질문에 결국 총상 사실을 털어놓았고,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억울한 살해 혐의는 벗었지만 고문 사실은 전역 뒤에도 세상에 알리지 못했다. “골방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하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잡으러 갈 것”이란 수사관의 협박이 머리를 맴돌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김씨가 사건 발생 32년이 지난 올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세월이 흘러도 몸과 마음의 고통이 낫지 않자 용기를 냈다. 김씨는 “당시 고문 충격 때문인지 허리수술을 두 차례 받았고, 오른쪽 발목은 신경이 죽어 감각이 없다”라며 “오래 걷거나 운전을 할 때 고통이 심해진다”고 했다. 86년 국군병원 기록에서 김씨의 간헐적 우측 둔부 견인통(신경통의 일종)과 요통이 확인됐지만 가혹행위에 의한 것인지 증명이 안돼 국가보훈처 공상심사 신청은 기각됐다.

인권위 역시 ‘1년 이상 경과한 사건은 각하 처리를 해야 한다’는 인권위법 32조에 따라 김씨 진정을 각하했다. 대신 당시 입대 동기 등 참고인들 진술에 비춰 김씨 주장이 신뢰할 만하고, 당시 부대의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 국방부에 재조사 의견을 표명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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