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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티 나서 거슬려” 이런 교원평가도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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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티 나서 거슬려” 이런 교원평가도 받아들여야 하나

입력
2017.11.22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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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전 동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교사들과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대전 동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교사들과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동료·학부모 삼각 평가… 11월 공개시기마다 속앓이

“그냥 나가야함” 악플 수준 글에 지도보직 기피도

교사 90% “폐지”, “평가 대체로 맞아” 학부모 옹호

‘이 XXX는 그냥 (학교에서) 나가야 함.’ ‘성형 너무 티 나서 거슬려요.’ ‘선생님 치고는 예쁘긴 한데 바깥에선 평균 이하.’

서울의 한 고교 교사 A(28)씨는 지난주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결과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자유서술식 평가 항목에 학생들이 욕설 및 비난 글을 다수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금칙어’로 설정해 결과지에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이를 파악한 학생들이 욕설 중간에 띄어쓰기를 해 공개될 수 있도록 기록한 것. 누가 쓴 글인지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A교사는 “사실상 ‘악플’이나 다름없는데, 나름대로 노력해 가르친 학생들이 이 같은 말들을 쏟아 냈다고 생각하면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11월 전국 학교에서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교원평가 결과를 두고 또다시 학교 현장이 시끄럽다. 교사들은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생ㆍ학부모는 교원평가를 옹호한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원평가는 매년 ▦학생평가 ▦동료교원평가 ▦학부모만족도조사 3가지로 나뉘어 실시되고, 11월 중 교사에게 점수가 공개된다. 각 교육청은 학생ㆍ동료평가 가운데 1개가 평균 2.5점(5점 만점) 이하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60시간~6개월간 능력향상연수를 실시하고, 우수 교사들에게는 1년 안팎의 학습연구년 특별연구 기회 등을 준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평가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학습지도, 생활지도 등과 관련한 15개 지표 별 점수(5단 척도)를 매기는 정량평가와 자유서술식 정성평가를 하는데, 대체로 실력 있는 교사보다 재미있거나 생활지도에 너그러운 교사들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외모 등이 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A교사는 “그나마 학생들과 소통이 잘 되는 젊은 교사들은 덜한데 학교에서 엄하다고 소문난 중ㆍ장년 교사들의 결과지에는 욕설이 범벅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B(45)씨도 “학생생활지도 등 엄격한 보직을 맡는 교사들에게 악의적 평가가 쏟아지다 보니 이 같은 업무를 꺼리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와 대면ㆍ소통할 기회가 적은 학부모들이 교사 3인(교장 및 담임은 필수, 교감ㆍ교과교사ㆍ비교과교사 1명 이상 선택)을 평가하는 것도 교사들은 불만이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 C(26)씨는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간단하게 평을 듣고 일괄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교사 1만6,2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교원평가 폐지 의견은 90.4%에 달했다.

반면 학생,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지역 중학생 송모(15)양은 “선생님의 수업ㆍ생활지도 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속앓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원평가가 유일한 전달 창구이기 때문에 사라지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지역 고1 학부모 김모(47)씨도 “아이들이 실력이 안 좋다고 평가하는 교사들은 대체로 일치하는 만큼 주관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데, 교원평가가 사라지면 나태한 교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평가 폐지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교원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불만이 공존하는 만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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