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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자 때문에 울며 문닫았는데… 지원금 토해내라는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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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자 때문에 울며 문닫았는데… 지원금 토해내라는 고용노동부

입력
2017.11.21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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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환경개선지원금 받은 사업주

‘4년 이내 매각시엔 승인’ 원칙

전액 반환 명령에 권익위 “위법”

시행지침 개정 목소리 높아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택수(가명)씨는 지난해 불어나는 적자를 막지 못해 스스로 문을 닫았다. 2003년 직원 7명 남짓과 꾸린 김씨 회사는 A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로 자리잡았다. 경영환경 악화에도 사원 복지와 고용에 힘썼다. 2013년에는 구내식당 목욕시설 등을 개조하고, 정부 고용창출지원사업에 신청해 받은 지원금(고용환경개선지원금) 1,800만원 가량을 밑바탕으로 직원 두 명을 추가 고용했다. 하지만 A사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자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6월 폐업 신고를 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말 지방노동청으로부터 지원금 반환 명령을 받았다.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지원금을 반환토록’ 한 고용보험법 35조 ▦‘지원금을 받은 날부터 4년 이내 사전 승인 없이 지원대상을 매각할 경우 전액을 반환하라’는 고용노동부 관련 시행지침을 앞세웠다. 어려운 형편에도 어떻게든 고용 창출에 나섰던 김씨는 억울했다.

중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3)씨도 2년 전 체력단련실과 목욕시설 등을 만들고 근로자를 3명 가량 더 뽑아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연속된 적자로 고민이 크다. 금융권과 지인들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자칫 폐업 결정을 하게 된다면 정부 지원금마저 반환해야 할 처지라 부담이다. 이씨는 “지원금을 허위로 타내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는 분명 필요하지만, 합법적으로 지원금을 타내고도 경영상 폐업을 하는 경우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조계에선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고용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체 내 편의시설 등을 개선하고 채용을 늘릴 경우 지원하는 ‘고용환경개선지원금’ 관련 시행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이 전체의 27.3%에 그치는 만큼, 중소기업 폐업이 잦은 현실을 감안하자는 취지다.

실제 정부 행정을 지적하는 결정도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김씨가 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고용환경개선지원금 반환명령 취소청구’에 대해 “전액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김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김씨가 폐업을 할 때 부득이하게 승인을 받지 못했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타낸 게 아니라는 것은 지방노동청도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관계법령과 시행지침을 적용해 지원금을 전액 반환하도록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율의 김지영 변호사는 “불가피하게 회사가 폐업하게 되는 경우 정해진 기간까지 지원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사후에 벌어진 사유만으로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았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관련 시행지침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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