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로봇수술 전문가’ 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수술 후 5년 생존률 99.3%지만
암 퍼지면 50%대까지 떨어지고
재발 가능성도 최대 26% 달해
갑상선암 큰 원인은 방사능 노출
내시경ㆍ로봇으로 상처 없이 수술
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상선암이 아무리 진행이 느린 ‘착한 암’이어도 방치하다간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암”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직장에 다니는 이모(36ㆍ여)씨는 최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몸이 피곤하고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지만 피곤한 직장생활 탓으로 여겼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만 1년 정도 다녔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심상치 않게 여겨 대학병원을 찾았다. 갑상선암이었다. 암 덩어리가 2㎝나 됐고, 이미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였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1년에 진단받는 환자만도 4만명 정도다. 다행히 조기 발견과 치료법이 발달해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면 거의 생존할 수 있다.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99.3%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암이 퍼지면 5년 생존율은 50~60%로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20년이 지나도 재발할 수 있어 치료 후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 로봇수술 전문가’인 정영호(45)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이비인후과) 교수에게 갑상선암을 치료ㆍ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한 해 갑상선암이 얼마나 생기나.

“갑상선암 환자는 전체 암의 22.4%나 된다(국가암정보센터). 2014년 기준으로 암 발생률 전체 1위, 여성암 1위, 남성암 6위였다. 2014년에 발병한 암환자의 14% 정도가 갑상선암 환자였다. 한 해 진단되는 암의 14%가 갑상선암이지만 치료가 잘돼 1999년 이후 누적 암환자의 22.4%나 되는 것이다.

갑상선암 수술 빈도를 보면, 2012년엔 10만 명당 100명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갑상선암 과잉 진단ㆍ치료 논란을 거치며 2015년 10만 명당 54명으로 줄었고, 2016년엔 10만 명당 58명 정도였다. 최근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도 초기라면 수술보다 경과만 관찰하는 환자가 있어 갑상선암 발생은 줄지 않고 어느 정도 균형점에 온 것 같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과 증상을 꼽자면.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세포가 무한 증식하면서 주변 조직을 침투하고 전이를 일으키기에 암이라고 부른다. 자체적인 증상은 없고, 암 크기가 커지면 가운데 목 아래에 덩어리가 만져질 정도다. 암 조직이 주변을 침투해 목소리 이상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또는 숨 쉬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이 암에 생기는 유전적 변이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생긴다. 그리고 가장 확실히 알려진 원인은 방사능 노출이다. 따라서 방사능 유출이 있었던 지역을 다니는 것을 삼가야 한다. 병원 검사 중에 X선 촬영 같은 일반촬영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을 여러 번 해야 한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로봇수술이 갑상선암에도 도움되나.

“갑상선암은 갑상선 부위 피부를 가로로 잘라 암이 생긴 한쪽이나 양쪽을 잘라내고 림프절로 퍼졌다면 림프절을 구획 절제하는 게 표준치료법이다. 이때 피부절개로 인한 상처가 4~10㎝ 정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수술이 싫다면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을 하면 된다. 로봇 수술은 목에 상처 없이 겨드랑이나 귀 뒤나 입 안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10배 확대된 3D 영상을 보면서 수술할 수 있어 신경이나 중요한 구조물을 확인하는 데 도움된다. 또한 최대 3개의 수술팔을 이용할 수 있어 많은 도구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은 로봇 수술보다 저렴하고 일반 절개수술보다 약간의 추가 비용으로 상처 없이 수술할 수 있다. 영상 확대는 3배 정도이며 2D 영상을 보면서 수술한다는 점이 단점일 수 있다. 또한 수술팔은 2개만 이용 가능하다.”

-갑상선암 치료를 늦추기도 한다는데.

“암을 조기 진단하면 조기 치료해 치료를 줄이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갑상선암처럼 예후가 좋은 암은 조기 진단으로 갑상선 한쪽만 잘라내고 완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두고 볼 경우 갑상선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이나 추가로 양쪽 목에 경부청소술, 그리고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해야 완치할 수 있다.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거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 5년 생존율로 말하는 예후는 여전히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초기 치료보다 완치 확률이나 수술 범위, 방사선 요오드 치료의 필요성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암이 갑상선 뒤쪽에 위치했다면 암이 커지면서 도돌이 후두신경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아 신경마비 위험성이 있고, 수술 도중에도 신경보존을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갑상선암은 재발 위험이 높은데.

“예후가 좋다는 갑상선 유두암을 기준으로 갑상선이 있던 자리에 5~6%, 양측 목 쪽에 8~9%, 폐나 뼈로 전이되는 원격전이가 4~11%가 있어 갑상선암 재발률은 17~26%나 된다. 보통 갑상선암을 보고 생존율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치료로 모든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다는 뜻이 아니다. 재발되더라고 재수술이나 방사선 요오드 치료로 다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가 불가능해도 진행속도가 느려 오랜 기간 유병생존이 가능하기에 생존율이 높은 것이다. 보통 위암이나 폐암은 5년 생존율로 완치를 따지고 그 이후에 재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서서히 자라기에 10, 20년 후에 재발하기도 해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있었는데.

“건강검진 보편화와 함께 초음파검사가 광범위하게 보급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 건강검진을 하는 입장에서는 작은 문제라도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작은 갑상선암이 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따라 암발생률이 늘고 수술도 덩달아 늘었다. 국제 가이드라인과 국내 가이드라인도 최근 이런 문제를 인식해 갑상선의 진단적 검사를 좀 더 제한하고, 수술 범위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갑상선암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나.

“2013년 갑상선암의 과잉 진단ㆍ치료 논란을 넘어 현재는 적정 진단과 적정 치료의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갑상선암 치료도 타이밍이 치료효과나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암보다 치료가 잘되고 예후가 좋은 암인 것은 분명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방치해도 되는 암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암이 의심되거나 진단됐다면 전문의에게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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