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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하다 날 저물어…” 도 넘은 면접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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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하다 날 저물어…” 도 넘은 면접 갑질

입력
2017.11.19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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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 로비에서 열린 채용 상담회에서 기업 담당자가 취업 준비생들에게 채용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한 대학 로비에서 열린 채용 상담회에서 기업 담당자가 취업 준비생들에게 채용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간·비용 배려없이 ‘싫으면 말라’

‘면접 비용 부담돼 포기’ 37%나

“탈락한 순간부턴 고객” 명심해야

지난 8일 서울 한 대형 병원 채용시험 면접을 치른 20대 A씨는 무성의한 병원 태도에 뿔났다. “같은 날 면접에 앞서 인ㆍ적성검사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후 면접 시간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아 대기장소에서 5~6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고 했다. 오전 9시 현장에 도착한 그는 어두컴컴해진 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하루를 통째로 허비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측은 “여러 날 오지 않도록 하루 만에 일정을 다 소화하려다 보니 불편을 겪은 지원자가 있었던 같다”고 해명했다.

배려 없는 기업 채용 시스템 탓에 가뜩이나 곤궁한 청춘들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저마다 ‘사람이 먼저’ 인간중심 기업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채용 과정에선 사람보다 행정 편의나 돈을 우선하는 행태로 지원자들의 금쪽같은 시간과 돈을 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자들은 “설사 탈락하더라도 최소한의 교통비 지급, 세부 일정 공지 등 작은 배려가 기업에 대한 좋은 인식으로 남을 텐데, 대체로 기업들은 ‘싫으면 오지 말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면접 차 상경한 이들은 기업의 갑작스러운 연기 통보로 예상 못한 숙박 비용을 떠안기도 한다. 수년간 기업 면접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을 스무 번도 넘게 오갔다는 김모(31)씨는 “면접이 이른 시간에 시작하거나 예상보다 늦게 끝나면 서울에서 돈을 들여 1박을 해야 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기업이 탈락자 공지를 따로 하지 않아 ‘희망 고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조모(26)씨는 “채용 과정에 2주간 합숙 평가를 넣은 회사도 있었다”라면서 “합격 보장이 없는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지원을 포기했다”고 한숨 쉬었다.

이들 고충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초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48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 번의 면접시험에 쓰는 돈은 평균 5만원 선. 교통비(55.9%) 의상 구입비(20.8%) 식비(6.9%) 헤어·메이크업(6%) 순으로 부담을 느꼈다. 10명 중 7명(65.9%)이 면접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이 중 37.2%는 부담을 느껴 면접시험을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는 “비용과 인사담당 인원이 제한적이라, 모든 지원자들을 만족시켜 줄 만한 지원을 해 주긴 어렵다”라면서도 “지원자들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지원자가 채용 면접에서 탈락하는 순간부터 고객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회사에 애정을 갖고 지원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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