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수백억 감면 파장

토지 판 사람들 이용 명의신탁
34㎡를 23명이 지분 쪼개고
개발구역 지정뒤 조합 임원 맡아
곳곳에 폐가… 80여명만 남아
땅 안판 사람들만 고통 시달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업체가 34㎡ 규모의 자투리 땅을 직원 등 명의로 1.48㎡씩 쪼개기 한 정황.

“명의신탁, 지분 쪼개기, 세금 탕감 등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을 뜯어 보면 온갖 편법과 불법이 기생해 있을 겁니다.”

500억~600억 원상당의 양도소득세 감면 논란(본보 8일자 10면 등)에 휩싸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서 50여년 거주 중인 A씨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A씨는 시공사 등의 부도로 개발사업이 올 스톱, 흉물스러운 폐가가 넘쳐나는 마을에서 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있다.

A씨 등에 따르면 이곳에 개발 붐을 일으킨 ㈜우리강남PFV는 2006년 7월쯤 토지소유자 110여명과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 PF자금을 끌어다 2,200억원이 넘는 땅값을 일시불로 건넸다. 하지만 이듬해 2월 서초구청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신청서를 낼 때는 땅을 판 이들 역시 사업에 동의한 토지소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PFV가 토지거래 사실을 숨긴 채 소유권만 3자에 넘기는 식의 신탁처분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 명의를 멋대로 쓴 것이다. 도시개발법(14조) 규정과 달리 땅 한 조각 없는 이들이 조합원이 된 이유였다. 당시 서초구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허가를 받았어야 했으나 이런 절차도 없었다. 서초구는 신탁관계를 알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PFV의 지분 ‘쪼개기’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본보가 이 일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등의 도시개발구역지정 심의가 한창이던 같은 해 10월 황모씨 등 23명이 주민 김모씨의 땅 34㎡를 1인당 1.48㎡씩 나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PFV 직원이나 그의 가족이었던 이들 중 상당수는 2년여 뒤 헌인마을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도시개발추진위 임원을 맡았다고 한다. 시행사가 사업을 좌지우지하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초구는 이들이 임원인 추진위 구성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도시개발조합설립을 인가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개별 토지거래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우리강남PFV는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우리투자증권㈜ 등이 만든 시행사이나, 3,100억원이 넘는 PF대출금만 날린 채 새로운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당시 PFV는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고급 단독주택 등 251가구를 지으려 했다.

A씨는 “헌인마을 주민들 공동 소유이던 땅을 매각대금 중 수십억 원은 PFV 임원 등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지출돼 돌려받지 못하는 등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처럼 땅을 팔지 않은 주민 70,80명만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감독관청은 책임이 없다는 듯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라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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