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아 교도소 갔던 김모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통해
직업교육ㆍ상담 받으며 사회복귀
출소자 출신 첫 보호위원 활동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소속 한마음합창단이 지난 9월 28일 대전시 중구 효문화진흥원에서 개최한 '푸른꿈 희망잇기 음악축제'에서 쎼시봉 메들리를 부르고 있다.

“출소한 뒤 외톨이였는데 누군가 제게 손을 내밀어주니 비로소 재기할 힘이 생겼습니다. 큰 돈은 후원 못 해도 출소자들에게 밥 한끼 사주며 손 잡아주고 싶어요.”

출소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사회성향상위원회 보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유미(가명ㆍ60)씨는 16일 자신이 누구보다 출소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직원 6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연간 억대 수익을 내던 김씨는 4년 전 급격히 불어난 채무를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교도소 신세를 졌다. 10개월간 수형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했지만 지인들은 모두 떠나고 곁에는 가족들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돈을 잘 벌 땐 주변에 사람이 많더니 출소하니 주변에 손 내밀어 주는 이가 거의 없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김씨가 출소자들을 돕게 된 건 지인이 권한 ‘차 한잔’이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지인이 ‘차 한잔 마시러 사무실에 오라’고 따뜻하게 말해준 덕분에, 출소 후 집에만 있던 제가 다시 일할 힘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출소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켜주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단의 ‘허그 일자리지원사업’을 신청해 직업교육과 상담을 받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지인의 회사에서 1년 넘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며 남은 채무를 갚고 있다.

김씨는 공단에서 사회복귀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교도소에서 만난 20대 생계형 절도범을 계도하고 가족이 없는 출소자에의 안부를 물으며 살뜰히 챙기는 일화를 소개했다. 감동을 받은 박종옥 사회성향상위원회 회장은 김씨에게 “이제 보호대상자가 아닌 사회성향상위원회 보호위원으로 다른 출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김씨는 출소자 가운데 처음으로 보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공단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는 한마음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출소자들을 만나 차 한잔을 권유하고 있다.

김씨는 “승승장구하며 살다가 어두운 세계를 맞닥뜨려보니 암담했고, 출소했을 때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 그리웠다”며 “아직도 빚을 갚고 있어서 경제적 후원은 못 하지만 출소자들에게 밥 한끼 사주며 격려해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그(HUG) 일자리 지원 사업’은 재기를 꿈꾸는 출소자들에게 기거할 집과 돈 벌 일자리만 마련해주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출소자들을 끌어안는(hug) 공단의 사업이다. 구본민 공단 이사장은 “한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교정비용만 연간 2,300만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김씨처럼 출소자들의 자립을 지원해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16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허그 후원의 날’ 행사를 열고 출소자 취업지원에 앞장선 진성기(64)씨에게 목련장 훈장을 수여하는 등 35명을 포상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달 현재 전국에서 6,000여명이 갱생사업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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