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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82세 할머니의 18학번 도전기

입력
2017.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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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난 15일 지진으로 일주일 늦춰졌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만큼 많은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있을 텐데요. 응시생 중에는 오는 수능 시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82세 장일성 할머니도 있습니다. 장 할머니의 고군분투 수능 도전기를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고가혜 인턴기자

"선생님, 저도 춘향이처럼 상사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니 취 판 러마? 이건 아무리 봐도 욕 같다니까”

수업 시간 내내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어느 여고의 평범한 수업시간.

수능을 일주일 앞둔 고3 교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기애애한데요.

"일성씨, 짝꿍이랑 일어나서 이 대화문 한 번 읽어 볼까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나는 한 학생.

올해 82세의 장일성 할머니입니다.

“수학은 들어도 들어도 까먹어… 등차수열 공식이 뭐라고 했지?”

세월의 흔적을 모두 품은 듯한 주름진 손으로, 낯선 수업 내용을 공책에 꾹꾹 눌러 씁니다.

“어렸을 땐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글을 읽을 수 있어야지.”

너무나도 ‘배움’이 고팠던 10대, 갑작스럽게 찾아온 광복과 잇따른 전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22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후엔 평생 가족이 먼저였죠.

자식들을 다 키우고,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어느새 일흔, 공부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75세의 나이에 남편 몰래 초등학교에 등록했고, 매일 등산을 가는 척 학교로 향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은 “아니,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며 직접 고등학교 원서까지 써줬습니다.

이렇게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공부 삼매경 8년, 이제 장 할머니는 어엿한 ‘대한민국 고3’이 됐습니다.

하루 4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 경기 남양주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통학 시간만 왕복 4시간.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하교 후엔 손주를 돌보지만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남들은 그냥 경험 삼아 수능 보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진짜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식당 일을 했던 할머니.

자연스레 '음식'에 관심이 생겨 식품영양학과 진학이 꿈이라는데요.

2018학년도 수능을 앞둔 지금, 할머니는 59만 여명의 수험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난 80년 동안 한 번도 꿈 없이 살아온 적이 없어요. 현실이 아무리 암담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더니 여기까지 왔죠.”

“손주뻘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주눅들어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나이 들어 공부하는 내 모습 보고 여러분들이 많은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18학번 새내기가 되어서 내년에 캠퍼스에서 꼭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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