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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오징어도 씨 말라”…가공업체 줄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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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오징어도 씨 말라”…가공업체 줄도산 우려

입력
2017.11.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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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업체 직원 850명 생계 위협

강원도 ‘고용재난지역’ 선포 건의

지난달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이 시작되면서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상자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이 시작되면서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상자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바다에 흉년에 제대로 들었어요.”

강원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조미오징어 가공업체 임직원들은 요즘 한숨만 늘어간다. 강릉 앞바다를 비롯한 연근해는 물론이고 남미 페루와 칠레 등 원양오징어 공급마저 크게 줄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금용 강원도오징어 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는 공장을 돌리고 싶고 근로자들도 일을 하고 싶지만 원재료인 오징어를 구할 수 없어 가동을 멈춰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문진 농공단지 등 강릉에 자리잡은 가공업체들은 술안주와 반찬으로 인기 있는 진미채 등 국내 오징어 가공 식품의 7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일제히 급감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집계 결과 올 들어 10월말까지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3,65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량 줄었다. 최근 3년 간 평균 어획량 6,719톤에 비해서는 절반 가량 급감했다. 수온변화와 북한 수역 내 중국어선들의 남획이 국내산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원인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페루와 칠레 해역의 이상고온 등 영향으로 대왕오징어가 자취를 감추는 등 국내산을 대체해야 할 원양 오징어 어획량마저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주문진 오징어 가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6,000톤을 실었던 오징어 수입 선박이 침몰해 전국적으로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85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원료를 구하지 못한 강원도 오징어가공협동조합 소속 업체 35곳 가운데 27곳이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간다. 대규모 휴업은 협회 출범 32년 만에 처음이다. 이미 권고사직 등으로 3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1990년대 후반 명태가 사라지자 가공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강원 영북지역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원도와 오징어 가공업계가 15일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강원도와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노동부에 강릉 주문진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 또 금융권의 협조를 얻어 대출만기 연장과 금리인하를 요청할 계획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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