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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ㆍ어린 여성 캐스팅 논란… ‘영포티’ 혐오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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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ㆍ어린 여성 캐스팅 논란… ‘영포티’ 혐오로 이어지나

입력
2017.11.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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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김은숙 작가 신작에 배우 이병헌(오른쪽)과 김태리가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온라인은 두 사람 나이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김은숙 작가 신작에 배우 이병헌(오른쪽)과 김태리가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온라인은 두 사람 나이차를 지적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연합뉴스

40대 남성ㆍ20대 여성 배우가 연인 역할로 캐스팅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온라인상에서도 ‘영포티’ 세대를 향한 혐오가 싹트고 있다. 영포티(Young Fourty)는 1972년 전후로 태어나 나이에 비해 젊게 살고 싶어하는 40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패션과 유행에 민감하고, 자기관리에 힘쓰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영포티에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40대 남배우, 20대 여배우 선호 현상이 영포티 세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연출된’ 젊음을 무기로 젊은 여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영포티들의 속내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15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포티’를 치면 관련 글 수백 건이 검색된다. 대부분 영포티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영포티가 역겨운 점은 ‘그러니까 우린 젊은 여성 만날 자격 있어’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윤락을 즐기고 싶을 때, 젊은 여자와 엮어 보고 싶을 때. 온갖 추잡한 목적으로만 그놈의 ‘영’이 불거진다”는 글을 남겨 3,000회 넘게 리트윗됐다.

영포티 비판에 사실상 도화선이 된 사건은 김은숙 작가 신작에서 연인 역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인 이병헌과 김태리 캐스팅이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딱 20살이다. 이병헌은 1970년생, 김태리는 1990년생이다. 온라인에서는 당장 나이 든 남성이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심리학 용어 ‘로리타 콤플렉스’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케이블채널인 tvN 새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선균ㆍ아이유, 영화 ‘러브슬링’ 유해진ㆍ이성경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 역시 많게는 20살 차이가 난다. 제작사 측은 연기력과 스타성 있는 남자 배우가 대부분 40대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포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영포티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젊은 여성을 원하는 나이 든 남성의 욕망을 “젊게 산다”는 식으로 포장해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내ㆍ외면이 부족해서 안 팔린 40대 남자들이 스스로를 영포티로 포장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20대 여자들에게 엉겨붙는 걸 온 미디어가 나서서 미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영포티 세대 비꼬기에도 적극적이다. 40대 남성이 어린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 기사를 SNS에 올리고 “이게 영포티들의 진짜 모습”이라는 설명을 남기거나, 영포티 세대와 어울리며 겪은 부정적 경험담을 타인과 공유하며 혐오를 키운다.

영포티 세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40대 남성이 어린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 기사를 SNS에 올리고 “이게 영포티들의 진짜 모습”이라는 설명을 남기거나, 영포티 세대와 어울리며 겪은 부정적 경험담을 타인과 공유한다. 트위터 캡처
영포티 세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40대 남성이 어린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 기사를 SNS에 올리고 “이게 영포티들의 진짜 모습”이라는 설명을 남기거나, 영포티 세대와 어울리며 겪은 부정적 경험담을 타인과 공유한다. 트위터 캡처

반면 영포티라는 개념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전혜정 한성대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영포티는 연애에 대한 욕망 때문에 실추된 지위를 복권하려고 40대 남성들 스스로가 합심해서 발명해 낸 단어가 아니다”라며 “시장을 구분하고, 타겟을 잡아서 찍어놓고 어필하려고 하는 마케팅의 기초 테크닉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영포티를 ‘실패한 마케팅 용어 사례’라고 정의하며 “(영포티라는 단어가) 20대 젊은 여성을 향했던 그간의 수없이 많은 권력형 성추행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포티’라는 (마케팅) 용어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덧붙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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