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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유커… “한국판 오모테나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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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유커… “한국판 오모테나시 필요”

입력
2017.11.14 16: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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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여행비 30만원도 안돼

손해 메우려 쇼핑센터 뺑뺑이

한국 부정적 인식 안고 돌아가

사드보복 때 日로 유턴한 유커

일본 특유의 환대에 깊은 감동

한국의 ‘무뚝뚝한 대접’과 비교

단체관광 본격화까진 두세달 시간

저가경쟁 대신 양질 상품 만들고

유커 대하는 국민인식 개선해야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는 중국인 관광객 등 많은 관광객들의 거리를 메웠다. 배우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는 중국인 관광객 등 많은 관광객들의 거리를 메웠다. 배우한 기자

한중 관계 개선으로 관광 업계에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17~19일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열리는 ‘중국국제여유교역회(CITM)’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인천ㆍ대구ㆍ광주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여행사들이 대규모 파견단을 보내 중국 마케팅을 재개한다. 참여 기관과 업체들은 180㎡ 면적에 20개 정도 부스가 들어선 한국관을 차리고 현지 여행업계와의 상담, 간담회 등을 열 계획이다. 김장호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장은 “CITM 기간 내내 현지 업계와 접촉하면서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매년 참가한 행사지만 이번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저가관광 되풀이될까 우려

국내 관광업계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조만간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업계에선 항공노선 확보와 패키지 구성 등에 시간이 걸려 중국 당국이 한국 방문 단체관광을 승인하기 시작하더라도 두세 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해빙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 등이 집중 펼쳐질 경우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의 귀환’ 일정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유커가 되돌아오기까지 그 2, 3개월 준비 기간이 우리나라 관광 산업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기 위한 ‘골든 타임’이 될 것이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해결 할 숙제로 꼽은 것은 사드 사태 이전 이미 문제로 지적돼 온 저가, 저질 관광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드 갈등이 불거지기 전 중국인 대상 단체여행은 3, 4박 일정에 30만원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난무했다. 한국 여행사가 수수료를 받기는커녕 반대로 중국의 모객 여행사에 1인당 5만~10만원씩 ‘인두세’를 줘가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관광단 유치를 위한 이런 출혈경쟁의 손해를 충당하기 위해선 유커들을 쇼핑센터와 면세점으로만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뺑뺑이 쇼핑하다 돌아간 중국인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그럴 수록 점점 더 한국 여행상품 가격은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급기야 2016년 중국 정부 여행 관련 부서인 국가여유국이 자국민의 저가 관광 폐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 정부는 문제 있는 전담여행사를 퇴출할 수 있도록 삼진아웃제 등을 도입했다. 무분별한 여행 시장질서를 잡아보겠다고 나선 것인데 그 효과가 채 나타나기 전에 사드 갈등이 터진 것이다.

업계에선 사전 대비 없이 중국단체 여행객 시장이 다시 열릴 경우 과거 저가상품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159개에 달하는 중국 전담여행사들은 일이 끊겨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개 초기 이들이 저가 상품을 쏟아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일이 끊긴 일부 여행사가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그곳에서도 저가 상품 과열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홍지희 한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태국인의 연간 한국 방문이 50만명을 넘어서며 업체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중국 전담 여행사들까지 몰려들면서 덤핑 경쟁이 심각해졌다”며 “질 낮은 관광상품 때문에 태국 내 K팝 등 한류로 쌓아 올린 한국의 좋은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걱정했다.

면세점들도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송객수수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업계에 지난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지만, 한두 업체가 덤핑경쟁에 나서면 시장은 순식간에 엉망이 될 것”이라며 “관련 협회 등에서 여행사들과 공동선언 등을 도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커들의 달라진 여행 트렌드

금한령(禁韓令)이 풀려도 중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몰려오거나 예전처럼 돈을 펑펑 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로 떠나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데다 1인당 여행 지출액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 사태를 겪은 올 한해는 한국의 관광 현실을 재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유커의 귀환을 준비하는 기간 양질의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이라”고 주문했다.

우선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의식의 개선이 중요하다. 사드 문제로 늘어난 중국인의 반한 감정을 푸는 게 우선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유커 사라지니 좋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데, 우리가 먼저 다가가 반갑게 맞아주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이 막혀있는 기간 일본을 다녀온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이들이 ‘오모테나시’로 상징되는 일본의 진심 어린 환대에 감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경희 한국방문위원회 홍보팀장은 “관광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산업이기 때문에 친절과 미소 같은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의 오모테나시를 경험한 중국인들이 우리의 무뚝뚝한 대접을 받고 좋은 인상을 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친절을 강요하는 국민 계몽 형태의 일차적 대응은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이훈 교수는 “환대가 필요하다는 일방적 계몽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수용력을 확대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중국인 관광객이 본국에서처럼 마실 술을 들고 식당에 갔다가, 주인과 시비가 붙어 결국 싸움이 벌어진 것을 예로 들며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를 이해하려고 하듯, 우리를 찾는 관광객에게서도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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