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돌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주연배우 하마베 미나미(왼쪽)와 쓰키카와 쇼 감독이 5,000석 야외극장에서 관객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마냥 슬프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쓰키카와 쇼 감독) “관객들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으면 좋겠어요.”(하마베 미나미)

최근 극장가를 촉촉하게 적신 일본의 청춘 멜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쓰키카와 감독과 주연배우 하마베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잔잔하게 입소문을 타며 지난 12일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도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살벌한 제목이 자아내는 호기심 때문만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호응이다.

영화는 췌장암을 앓는 시한부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와 친구를 만들지 않는 외톨이 소년 하루키(기타무라 다쿠미)의 비밀스러운 추억을 그린다. 사쿠라는 아픈 곳이 나으려면 타인의 그 부위를 먹어야 한다는 미신을 들려주고, 하루키는 사쿠라와의 이별을 앞두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한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애절한 고백이자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은유적 표현이다.

쓰키카와 감독은 지난해 일본에서 누적 발행부수 200만부를 기록한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며, 소설에는 없는 성인 주인공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사쿠라와 함께한 시간이 그들의 인생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때문에 더 폭넓은 관객층에 호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하마베 미나미는 “차기작에선 결점이 아름다운, 별난 주인공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쓰키카와 쇼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5,000석 야외극장이 가득찬 광경에 가슴이 벅찼다”며 “평생 간직할 보물 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삶의 마무리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쿠라는 하마베의 티없이 맑은 미소 덕분에 더욱 빛난다. 하마베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을 특별히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 웃음으로 사쿠라의 슬픔이 더 슬프게 비춰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난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사쿠라의 사고방식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사쿠라를 만난 이후 달라졌어요. 세상이 더 빛나 보여요. 계절의 변화도 사랑스럽게 느껴지고요.”

하마베는 이 영화로 일본에서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쓰키카와 감독은 “사랑도 우정도 아닌, 소년 소녀의 특별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신선한 매력이 있는 배우를 찾으려 했다”며 “일본 관객에게 두 배우가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꼽히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담백한 명대사들도 회자된다. 쓰키카와 감독은 “누구에게나 하루의 가치는 똑같다”는 대사를 인상적으로 꼽으며 “매일매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본 이후엔 계속 곱씹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마베는 “우리가 만난 건 우연도 운명도 아니야. 내가 해 온 선택과 네가 해 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야”라는 대사를 떠올렸다.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의 머릿속에 맴돌았을 상상을 두 사람에게도 건넸다. 사쿠라처럼 시한부 삶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남겨진 아내와 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쓰키카와 감독)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요. 배가 빵빵하게 불러서 잠들고 싶어요.”(하마베)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소년 소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추억은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이어지며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미디어캐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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