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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민을 위한 정책엔 당파(黨派)란 없다

입력
2017.11.13 1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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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공자탄생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중국 산둥성의 한 마을에 ‘화충공제 강신수목(和衷共濟講信修睦)’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이 나부꼈다. ‘마음을 화합하여 함께 일을 해결하고, 신뢰를 쌓아 화목하게 지내자’는 뜻이다. 중국 서경과 예기에 나온 말이다. 중국 정부가 주관한 이 행사에 이를 내건 것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반공 출신 좌파였던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타협과 협상의 대가였다.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반대파들까지 과감하게 기용하며 임기 내내 좌우 균형을 맞추는 통합의 정치를 펼쳤다.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까지 받기도 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실천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서랍 속에 썩게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러한 협치 덕분에 그는 2002년, 2006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며 집권 마지막 해 지지율이 87%에 이르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그를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이라고 치켜 세우며 “내 우상”이라고 할 정도였다.

우리사회는 지금 갈등분쟁의 시대다. 시민사회가 발달하면서 권위주의 체제에서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더욱 심각하다. 여야간 극한 대립은 일상이 되다시피 반복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와 불신감은 갈수록 팽배해지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화합과 협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저마다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이라고 무조건 공격만 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됐을 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헐리우드 배우 출신으로 미국의 40대 대통령(1981~1989)이 된 로널드 레이건은 화합과 소통의 달인이었다. 보수주의자이면서도 노동자ㆍ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과도 수시로 대화하며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반대를 극복해 나갔다. 그래서 미국 역사상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로 꼽힌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사회가 다양해지는 21세기에는 통치가 아닌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관료적ㆍ위계적ㆍ중앙집권적인 통치가 가능했다면, 현대사회는 유연하면서도 수평적이고 분권적 지배인 협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한다.

최근 용인시에서는 눈에 띄는 일이 발생했다. 다름아닌 중ㆍ고등학생 무상교복 시행 조례와 관련한 시의원들의 결정이다. 집행부가 마련한 조례에 대해 본회의에서 시의원 2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준 것이다. 시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인데도 반대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당파를 초월해 적극 찬성에 동참했다. 보편적 복지ㆍ선별적 복지를 떠나 시민들을 위한 정책엔 당파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바람직한 협치일 것이다.

정찬민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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