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공영방송 파업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9일 피의자 심문(영장실질검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이어져 온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의 파업 양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MBC 파업은 김장겸 MBC사장 해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수습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KBS는 고대영 KBS사장의 조건부 퇴진을 두고 두 노조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아 파업과 사내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9일 방송ㆍ언론계는 “MBC 사태 종결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MBC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조만간 결의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10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속개해 김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문진 임시이사회는 지난 8일 김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해외 출장에 따른 친 야권 이사들의 불참과 김 사장의 불출석을 이유로 정회했다. MBC 관계자는 “친여권 이사들이 중심이 된 방문진 이사회는 늦어도 이달 안에 김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해 장기화 된 파업을 종결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방문진은 지난달 26일 김경환 이진순 이사가 여당 추천 보궐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 구성이 친여 5대 친야 4로 재편되면서 MBC 경영진 퇴진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2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고, 방송통신위원회에 고 이사장의 이사 해임안을 제출한 상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고 전 이사장과 김 사장의 해임 절차가 마무리 되면 “곧바로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 방송 정상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 예능 PD들을 중심으로 업무 복귀 준비가 현재 진행 중이다.

KBS 파업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사퇴하겠다"는 고 사장의 조건부 사퇴안을 두고 KBS의 양대 노조 중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서다. 1노조는 8일 고 사장의 조건부 사퇴안을 받아들여 10일 오전 12시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나 새노조는 파업을 지속해나가기로 해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노조와 새노조의 조합원은 각각 2,000여명이다.

1노조는 "노조는 고대영 사장 퇴진과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8월 31일부터 파업 투쟁을 벌여왔다"며 고 사장의 거취 표명이 미흡하긴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노조는 1노조의 파업 중단 발표에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노조는 "정치권에서 방송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고 사장은 퇴진 요구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의 임기를 채우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발의됐으나 1년 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을 위해 경영진 교체 등 중요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찬성으로 가결)를 도입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셈법이 복잡해 조기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고 사장은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고 사장의 조건부 사퇴와 KBS 파업, 고 사장이 비보도를 조건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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