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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택배기사 권리 찾아 먹고 살만한 직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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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택배기사 권리 찾아 먹고 살만한 직업으로”

입력
2017.11.08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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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당 500원 수입에 초과근무 일상

억울한 손배소 등 부당처우 보호

현재 조합원 수는 500여명 불과

필증 발급 후 가입 문의 쇄도

모든 특수직, 잃었던 권리 찾기를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준호 기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준호 기자

“택배기사도 먹고 살만한 직업이 될 수 있게 할 겁니다.”

한 건당 800원의 수수료, 물품 손실에 따른 손해 배상 책임과 계약 해지 압박을 당하는 ‘무늬만 사장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뎌온 택배기사들이 당당히 ‘근로자’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7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택배노조는 지난 3일 특수고용직 노동자로서는 최초로 고용부의 노조 설립신고 필증을 받았다.

택배노조의 설립은 울분을 참아냈던 택배 기사들의 열망과 새 정부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보장 기조가 만든 합작품이다. 사업 실패 후 2013년 10월부터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로 일을 시작한 김 위원장은 택배 건당 낮은 수수료와 물품 파손ㆍ분실에 대한 억울한 손해 배상 등에 시달려왔다. 그는 자신이 활동했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지역별 분회형태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 4월 전국단위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모임’을 만들었고 올 1월 마침내 노조를 설립했다. 김 위원장은 “특수고용직 특성상 ‘계약 해지되면 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노조 설립부터 쉽지 않았다”라며 “그러던 중 새 정부의 노동3권 보장 공약에 탄력을 받아 지난 8월 정식으로 설립신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과제로 움츠러든 택배기사들을 깨우는 것을 꼽았다. “한번은 고객이 홈쇼핑에서 구매한 제품을 반품하려 집에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미수 처리가 됐죠. 그런데 대리점은 홈쇼핑 측과 일정 기간 내 반품을 못하면 배상하기로 계약했다며 물건값 7만원을 내게 했고 억울하면 소송을 걸라고 하더군요.” 그는 계약 해지 압박 때문에 이런 부당한 처우에도 숨죽일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노조가 보호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택배노조 조합원 수는 500여명으로 전체 택배 기사들(5만명)의 1% 수준. 하지만 필증 발급 후 노조 가입 문의가 쇄도하는 등 권리 찾기에 나선 기사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노동시간과 직결된 낮은 수수료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택배기사들은 건당 800~1,000원 가량(배송비 2,500원 기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유류비와 식대 등을 제하고 나면 택배기사가 손에 쥐는 것은 건당 500원 수준. 하루 250건씩 주 6일을 일해야 월 30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수수료가 적다 보니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밤 늦게까지 일하고 결국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74시간에 달한다.

현재 택배노조는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아 단체교섭이 가능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가 아니어서 최저임금, 근로시간 제한 등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연차 휴가 등을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수료 하한선 설정과 부당한 계약 조건 문제 등을 산업 전반에 걸쳐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 정부 등과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택배노조의 성공적인 시작으로 특수고용직 모두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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