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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SNS 입소문 좇아 젊은세대 자유여행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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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SNS 입소문 좇아 젊은세대 자유여행 바람

입력
2017.11.03 18: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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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1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중순 한 일요일.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이른 시각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이 마을 구경에 한창인 관광객 무리에서 30대 초반 동남아 여성 4명이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 한 대학의 동창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빌린 한복을 입고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손에 든 채 여기저기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을 부산으로 인도한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앞서 이곳을 찾은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에 반해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거센 바람도,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언덕도 이들을 막진 못했다. 셜리씨는 “싱가포르서 볼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2 20대 후반의 중국인 리웨이씨는 지난 7월 초 여자친구와 태국 북부 고도 치앙마이를 찾았다. 이 커플이 휴가지로 치앙마이를 선택한 것은 2012년 중국에서 개봉한 ‘로스트 인 타일랜드(Lost in Thailand)’ 영향이 컸다. 이 지역에서 촬영된 영화다. 스크린을 통해 이국적 풍경에 매료된 이 커플은 트립어드바이저 등 여행 후기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모은 뒤 태국의 첫 여행지로 치앙마이를 선택했다. 리웨이씨는 “영화 배경이 됐던 치앙마이대학을 투어 하면서 마치 스크린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날 친환경 전기차에 올라 캠퍼스를 투어를 한 관광객 대다수는 20, 30대 중국인이었다.

태국 치앙마이 대학의 친환경 전기차 캠퍼스 투어를 즐기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태국 치앙마이 대학의 친환경 전기차 캠퍼스 투어를 즐기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최근 동남아 여행문화에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패키지투어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개별 자유 여행을 선택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다. 가이드의 안내를 쫓아 정해진 일정표를 따르는 수동적 관광이 아닌 스스로 방문지의 동선을 결정하는 능동적 여행 행태가 확산 일로라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기존 여행업계가 가지 않은 길에 도전장을 던진 주역은 단연 젊은 세대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젊은층이 새로운 여행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영문 경제 주간지 니케이 아시안 리뷰는 이들을 ‘해시태그 트래블러’라고 이름 붙였다. 해시태그는 해시 기호(#) 뒤에 단어나 문구를 띄어쓰기 없이 붙여 써 SNS 등에서 검색을 쉽게 해 주는 기능이다.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려진 이미지, 동영상을 통해 여행 정보를 공유한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 세대와는 차별화되는 해외 현지의 문화, 음식 체험 등에 몰입하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젊은층의 ‘나홀로 여행’ 열풍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중산층의 급속한 형성을 들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은 2012~2016년 연평균 5%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한 같은 기간 전세계 연평균 경제 성장률 2.6%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경제력 향상에 힘입어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긴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해외 여행 욕구 또한 커지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스마트폰 보급 확대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유 인구는 전체 휴대폰 보유 인구의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스마트폰 보급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 일본 등과는 달리 스마트폰 구매가 늘어날 여지가 크다. 이는 SNS 사용 인구 증가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는 앞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SNS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을 예상하게 한다. 30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동남아 최대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9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1억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베트남의 비엣젯항공 등 저가 항공사의 잇따른 등장으로 해외 여행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점도 이런 변화를 추동하는 원인 중 한 가지다.

태평양아시아관광협회는 밀레니얼 세대가 여행 정보를 얻는 주요 창구로 전문 여행 후기 사이트, 친구 및 지인의 SNS, 전문 여행 블로그를 차례로 언급했다. 이에 더해 한국과 일본, 태국, 몰디브가 향후 각광받는 아시아 여행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일까. 동남아 밀레니얼 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각 나라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관광업이 국가 경제의 약 20%를 담당하는 태국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국을 배경으로 한 중국 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실제 치앙마이를 찾는 중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이미 북경, 상해, 심천 등 중국 12개 도시에서 치앙마이 직항편이 운행되고 있을 정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한국 관광업계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방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떠오르는 밀레니얼 세대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방정환ㆍ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이사 ,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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