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평창동계올림픽과 김정은의 결단

입력
2017.11.01 15:01
31면
0 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일찌감치 동계스포츠 종목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2013년은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여 만에 1,400만㎡의 부지에 스키 시설과 함께, 야외스케이트장 및 숙박시설 등을 갖춘 웅대한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했다. 김정은은 “마식령스키장을 세계적인 스키장으로 꾸리려는 것은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건설장을 여러 차례 시찰했다. 집권 이후 처음으로 주민과 군인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해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독려하는 호소문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민군 3개 사단 병력이 투입됐고, 이들은 맨손과 삽, 곡괭이로 스키 활강코스를 닦았고, 1,300여미터 높이의 대화봉까지 물배낭을 지고 올라가 공사를 진행했다. 또 해외 외화벌이 일꾼들에게는 스키장 건설을 명목으로 헌납을 요구했고, 전국의 주민은 지원물자를 날랐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많은 외화를 들여, 그리고 제재를 피해가며 유럽에서 고급 스키 장비를 들여왔다.

바깥에서는 김정은의 스키장 건설이 북한의 경제수준에 맞지 않고 평양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과연 무슨 의도를 갖고 스키장 건설을 밀어 붙였을까.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마식령스키경기 2016’이라는 대회를 열었다. 이 스키대회를 직접 관람한 김정은은 “세계적으로 스키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끊임없이 높아지고 그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데 맞게 스키종목을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제경기에서 당당히 우승해야 한다”고 했다. 스키 운동을 대중화, 생활화해 앞으로 세계적인 스키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임을 내비친 것이다.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하고, 동계 스포츠 선수들을 육성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까지 고려한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지난 2013년 9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마식령 스키장이 대회장으로 활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북한 체육성 원길우 부상도 한국이나 국제조직이 요청하면 마식령 스키장을 대회장으로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동원해 건설해 놓은 마식령스키장은 현재 초보자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키어가 즐길 수 있는 슬로프 10개가 있으며 고급 호텔과 장비 판매·대여소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령스키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10개의 슬로프 가운데 5km가 넘는 것은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지만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애간장이 타지 않을 수 없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은 김정은의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인 마식령 스키장을 북한판 알프스 스키장으로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남북관계가 진전되었다면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 분산개최지나 훈련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가뿐이다. 북한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가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북한측에서는 대회 참가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요구사항 관철을 하지 않고도 북한이 참가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만이 남았다. 비록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할 기회는 놓쳤지만 북한 선수들의 기술과 경험을 쌓게 해 훗날 세계적인 스타선수들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게 올바른 결정일 것이다. 평창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은 수백 발의 미사일로도 얻을 수 없는 유무형의 실리를 얻을 수 있음을 그가 아는지 모르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