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18층 에서 열린 한국일보독자위원회. 신상순 선임기자
#1
여야 공방 보여주기식 보도
큰 그림 파악 어렵고 피로감 줘
필요한지, 어떤 방식이 옳은지
신문이 독자들 판단에 도움 줘야
#2
정보 얻는 루트 다양해진 세태
종이신문 기대치, 역할 달라져
논조 이상의 새 역할 고민을
#3
적폐청산 정당성 짚은 칼럼
블라인드 채용 한계 다룬 기사
시기 적절하고 관점 새로워 눈길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18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10월 회의를 갖고 지난 한달 지면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위원인 구현모(고려대 대학원)씨,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 류재성 계명대 교수, 오연조 상상스쿨 출판사 대표, 이윤정 여시재 SD, 조원희 변호사와 이계성 본보 논설실장이 참석했다. 위원장인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계성

정치와 안보 관련 보도를 위주로 논의했으면 한다. 정치 분야에서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란이, 안보 분야는 북미 상호위협에 따른 한반도 긴장고조가 계속됐다. 추석 연휴 기간 신문들마다 조금씩 다른데 한국일보는 6일 동안 안 나왔다. 연휴 기간 신문발행에 대한 의견도 주시기 바란다.

조원희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란에서 한국일보는 중립적 시각에서 양쪽 입장을 정리했다. 칼럼은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다. 9월 26일자 ‘이충재 칼럼: MB가 무사했던 이유’는 4대강ㆍ자원외교ㆍ방산 비리수사는 정치보복이 될 수 없고, 수사해야 한다는 강한 논조였다. 10월 12일자 박광희 논설위원의 ‘메아리: 청산과 보복 그리고 두 대통령’은 부드럽긴 한데 정치보복이라면 자유한국당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10월 16일자 김정곤 정치부장의 ‘편집국에서: 표적ㆍ보복 청산은 반대다’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까지 수사하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신문이 통일된 입장을 보여줘야 되는 건 아니지만 독자로서 혼란스러웠다.

구현모

10월 2일자 정진황 사회부장의 ‘편집국에서: 국정원장, 검찰총장이 거기 왜 있나’는 관련 칼럼들 중 가장 재미 있었다. 적폐청산 절차상 옳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런데 적폐청산에 대해 종합 정리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공론조사에서 시민교육 기관이 언론이라고 했다. 과연 적폐 청산 관련 기사들은 얼마나 시민을 교육하는지 물음표가 생겼다. 권력의 사유화는 당위적이든 실질적이든 문제가 되는 이슈인데 단순 보도만 하고 있다.

오연조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 적폐청산이다. 어느 정권이든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전 정권의 비리나 문제점을 드러내 사정 정국으로 갔다. 말의 생소함 때문인지 이번 정부가 과거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에 대해 한국일보는 여야 공방을 보여주기 식으로 다룬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시각도 전반적으로 애매했다. 사설에서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카뮈의 말을 인용해 적폐청산이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왜 적폐청산 카드를 꺼냈고, 야당은 왜 정치보복이라 하는지 독자들이 판단토록 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기주

적폐청산 보도에서 한국일보는 굉장히 중립적이다. 중립적으로 양쪽 입장을 그대로 전하는 게 신문이 할 일인가. 서로 의견이 다른데 전달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 신문에 기대하는 정보가 이런 수준일 리 없다. 신문 구독자가 지식과 정보를 가진 특정 계층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 오피니언 리더를 비롯 국내신문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독자 수가 늘었다. 종이신문 독자수준을 최고 오피니언 리더층으로 생각하고 기사의 내용, 주제를 다뤄야 한다.

류재성

적폐청산은 잘 되면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개혁으로 간다. 정치보복은 표적 조사를 해 인물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차갑게 해야 하나, 지금 형국이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 정부시절 문제 때문에 정치 보복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한국일보가 중심을 잡고 적폐청산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적폐 청산이 캠페인 식이면 후폭풍이 있다. 지금 검찰 목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검찰에 불러 망신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정

MB를 향하는 적폐청산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나 칼럼이 있었다. MB를 수사하고 구속하면 정치보복인가. 신문이 그것만은 정치보복이므로 안 된다라고 선을 그으면 거부감이 든다. 언론이 손쉽게 정치공방으로 적폐청산 문제를 다룰 게 아니라 실제로 적폐청산이 어느 선까지이고, MB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근거를 제시하면 좋겠다.

보복에 객관적 기준이 있지 않다. 정권이 바뀌었고 어떤 식의 처벌이 내려지든 상대방은 보복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청산이든 보복이든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란 팩트를 근거로 판단해야 된다. MB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막아야 정치 보복을 피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에 반대한다.

조원희

팩트는 누가 가지고 있느냐, 누가 파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정원 자료를 가지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팩트는 지금 정부에서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정치적 결단 사안이다. 결국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오버랩이 안될 수 없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절차의 정당성이 얼마나 확보되는지에 좌우된다.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이계성

정권의 장막 안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호수의 물이 빠지면 여기저기 흉물들이 드러나듯 정권이 바뀌면 권력 장막 안에서 벌어졌던 불법행위들이 드러난다. 그것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국가 기강이 안 선다. 정치 보복 비난을 우려해 그냥 넘어가면 권력을 잡았을 때 무슨 일이든지 다 벌일 수 있다. 호수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큰 쓰레기는 처리해야 된다. 이제 한반도 안보 정세 관련 보도와 기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말해주기 바란다.

조원희

안보 기사는 미국과 중국의 내부상황, 미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큰 방향이다. 타지들은 미국 현지의 저명 인사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정부 입장을 어떻게 해석할지 관점을 제시했다. 한국일보는 미국의 동향 정보 제공 정도로 그쳐 깊이 있는 분석이나 판단을 제시하는 부분이 적었다.

류재성

북핵 관련 미국발 기사는 대부분 워싱턴 특파원이 썼고, 내용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미국 언론 보도, 미국의 시각이 담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떤 때는 기사가 부족했고 그게 아니면 자의적 해석이 들어갔다. 특파원 말고도 국내에서 안보 문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전문기자가 있어야 한다. 한국일보는 북핵과 관련해 분명한 자기입장 없이 무난하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정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말한 “북한 완전 파괴”와 관련, 사설에서 차분하게 맥락을 짚어주었다. 보수언론처럼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것과는 달랐다.

오연조

외교부 장관이 외부인처럼 신문에 기고를 한 게 낯설었다. 내용도 관련자가 아닌 사람이 쓸 수 있는 톤 정도 아니었다 싶다.

김기주

편집의 친절함에 대해 말하면, 기획기사 중에 시리즈 번호가 30,40이 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한 달에 한번 중간 색인을 넣어주면 좋겠다. 중간 제목도 없이 밑에까지 쭉 편집된 기사들이 가끔 있다. 읽기 피곤하고 숨이 막힌다.

이윤정

한국일보의 단독 기사가 요즘 눈에 안 띈다. 적폐 청산과 관련해서 나올 것들이 많지 않은가. 기획 특종을 준비해야 되지 않나. 중요한 건 독자의 관심사를 꾸준히 따라가는 것이다. 가령 김광석, MB의 다스 문제는 예전부터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다시 나와도 화제가 되는 것이다. 작은 불씨, 궁금증이 남아 있다면 취재할 여지가 충분하다.

구현모

다문화 이슈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던 차에 관련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문제가 달아올랐다. 10월 14일자 ‘내 곁의 이방인: 피부색에 색안경, 톨레랑스 없는 한국’은 이를 보강해주는 기사였다. 9월 26일자 ‘양대 지침 폐기됐지만… “경직된 노동시장 회귀는 곤란”’은 정확히 중도적인 입장을 정리했다. 보수언론은 ‘나라 망했다’고 했고 진보언론은 긍정적으로만 보도했다. 9월 25일자 ‘김광석 저작권 소송 중 딸 사망… 엄마는 왜 숨겼을까’는 제목이 불만이다. 엄마가 숨긴 이유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프레임이라 위험해 보였다. 추석 연휴 전 ‘겨를’에서 웰다잉(존엄사)을 다뤄 생각할 게 많았다. ‘新음서제: 김영란법ㆍ블라인드 채용, 민간기업 적용엔 한계’도 청년층이라 민감하게 반응해서 그런지 더 좋았다.

김기주

추석 연휴 전후로 민심 변화를 짚어주는 기사가 없었다. 연휴 전 신문에서는 정보가 취약했다. 놀러 가는 정보뿐만 아니라 연휴 기간 동안 고민해 볼 화두, 이슈도 필요하다. 다른 신문에 비해 ‘추석 택배 산더미인데 늦으면 기사 탓만’처럼 일상적인 기사가 많았다. 또 연휴 기간에는 이동과 소통이 발생하고 민심의 변화가 있다. 이를 포인트로 잡아 취재하고 강하게 짚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했다. 트렌드나 빅데이터를 통한 정치이슈, 사회여론 변화 등을 짚어주는 기사도 부족했다.

오연조

종이신문에 대한 기대치, 용도가 바뀌었다. 그런 정보가 더 들어 간다고 해서 신문을 더 볼까? 정보를 얻는 루트 자체가 변했다. 디자인이나 기사의 배치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종이신문 구독자가 늘어나고 만족도가 높아질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소모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일보의 ‘끌림’ ‘겨를’은 아직 각인되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문화인 인터뷰나 대담을 넣으면 좋겠다.

김기주

신문 구독자가 줄었고, 남아 있는 독자들은 신문에 대한 감정이 차갑다. 호불호가 있고 가치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신문을 본다. 그래서 논조가 중요해졌다. 이제는 논조에 대한 피곤함이 있다. 그렇다면 종이신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새로운 역할을 개척하고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취재를 통해 ‘연휴 전’만이라도 페이지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조원희

독자권익위원회 논의 이슈가 정치 분야에 편중돼 있다. 칼럼,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 등 정치가 아닌 부분까지 고르게 다루면 좋겠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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