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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평창 휴전’ 문재인의 기회

입력
2017.10.30 16: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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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유엔서 ‘평창휴전 결의안’ 채택

기간 겹치는 한미연합훈련 조정 목소리

북핵 문제 돌파구 여는 ‘평화올림픽’ 돼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여일 앞둔 29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가 단풍과 어우러져 안개 사이로 모습을 비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여일 앞둔 29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가 단풍과 어우러져 안개 사이로 모습을 비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북한의 핵ㆍ미사일 무력도발이 40일 넘게 잠잠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이다.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증강과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 효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순방 메시지와 중국의 당 대회 이후 대북정책을 주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반도를 뒤덮었던 전쟁의 먹구름이 조금은 걷힌 듯해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북한의 도발 중단이 마냥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만 재개돼도 순식간에 전운이 다시 몰려올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의 초긴장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일시적인 긴장 완화는 언제든 깨질 만큼 취약하다. 뭔가 근원적인 해법을 찾지 않으면 평화는 요원하다.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평창올림픽 활용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11월 중순 유엔 총회에서는 ‘평창올림픽 휴전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1993년 이래 여름ㆍ겨울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빠짐없이 채택돼 온 것이지만 남북한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나오는 결의안은 각별하다. 휴전결의안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폐막일 이후 7일까지 모든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창의 경우 내년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52일이 해당된다. 북한 도발 중단이 그때까지 이어지면 반년 넘게 대결 상태가 멈추게 된다.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 갈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관례대로라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인 3월에 실시된다. 양국 군 수만 명이 참여하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폭기가 대거 동원돼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훈련이다. 평창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키리졸브 훈련 일정 조정뿐 아니라 훈련을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하자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 위기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현재는 대북 압박과 제재에 주력할 국면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휴전결의안이 채택된 뒤에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훈련 조정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훈련을 재개하면 된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2년에도 북한 핵 해결을 위해 키리졸브 훈련의 전신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다가 이듬해 재개한 사례가 있다. 일부 국가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들어 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군사훈련 조정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최근 북한의 미세한 변화 조짐도 주목할 만하다. 평창올림픽을 외면하다시피 했던 북한이 패럴림픽 참가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한이 나름대로 선수 선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 “미국의 적대 정책 포기 땐 출구가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과 북한이 우리 측 어선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송환한 것과 연관시켜 보면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기대를 높이는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북핵 문제 무기력감을 호소해 실망을 안겨 줬다. 솔직한 안보 인식과 자체 진단의 결과지만 속수무책으로 미국만 쳐다보는 지도자는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미국의 힘은 반드시 빌려야 하지만 미국에만 맡겨서는 결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게 북한 핵 문제다. 11월 초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한 기회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미훈련 조정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분단국가로서 두 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 스스로 공언한 ‘한반도 문제 운전자’ 답게 주도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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