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립 8년 만에 매출 240배
업계 “보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
#2
위아래 나눈 입체형 분리 디자인
땀 줄이고 온도 낮춰 줘
일본 백화점, 중국 진출 이어
프랑스 란제리쇼에도 참가
백경수 라쉬반 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글로벌 언더웨어 시장 진출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남성 기능성 속옷을 찾는 수요가 이렇게 많았는지 요즘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남성 언더웨어 제조업체인 라쉬반의 백경수(47) 대표는 올해 들어 한 달에 절반 정도를 일본 등 해외에서 머물고 있다. 백 대표가 지난 2009년 개발한 남성 기능성 속옷 라쉬반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해외 바이어들의 수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이다.

라쉬반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약 240억원으로 회사 창립 첫해인 1억원 보다 240배 증가했다. 5,000억원 규모인 국내 남성용 속옷 시장에서 아직 라쉬반의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신생 언더웨어 제조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 경우는 전무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백 대표는 “2015년 이후 매출 증가세가 본격화하고 있어 2년 후에는 560억원 정도의 매출로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남성 속옷 시장에 뛰어든 것은 라쉬반 설립 8년 전인 2001년이다. 증권사에 다니며 억대 연봉을 받던 그는 2000년대 시작된 ‘벤처창업 붐’에 현혹돼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와 남성 속옷 제조사에 투자하며 경영에도 참여한다. 백 대표는 “패션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단순히 ‘안에 입는 옷’에 그쳤던 남성 속옷이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을 갖춘 속옷으로 진화해 가던 시기였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속옷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분한 시장 조사 없이 막연한 기대감에 시작한 사업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백 대표는 “붐이라는 것은 지나고 보니 말 그대로 거품과 같은 것이었다”며 “회사에 다니며 모아뒀던 돈을 다 날리고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그 후 투자 상담사로 증권가에 복귀했지만 남성용 속옷 사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여성 기능성 속옷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보고 남성 특성을 고려한 기능성 속옷만 잘 만든다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그는 “당시에도 남성 기능성 속옷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관상 좋지 않아 입기 부담스럽거나, 세탁하면 고유 기능이 망가지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며 “보기에 일반 속옷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기능도 오래 유지되는 제품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라쉬반 제품 기능의 가장 큰 특징은 속옷 위ㆍ아래를 입체형으로 분리 디자인해, 속옷 내에 땀이 차거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또 천연소재 ‘텐센’과 ‘데오텍 섬유’를 소재로 사용해 착용감과 냄새를 없애는 소취 기능도 높였다. 백 대표는 이러한 특징을 갖춘 속옷으로 국내에 4건의 특허도 보유했다.

제품을 개발했지만 부족한 자금이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는 백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라쉬반의 성공 가능성을 믿어준 원단 업체가 외상으로 원단을 공급해 줘 제품을 만들었고, 홍보ㆍ판촉비가 많이 안 드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회사를 근근이 운영해 갈 수 있었다. 기능성 속옷이다 보니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싼 것도 약점이었다. 하지만 착용을 해본 사람들로부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라쉬반 제품을 찾는 사람은 점차 늘어갔다. 라쉬반은 창업 1년 만에 홈쇼핑에 진출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일본과 중국에도 제품을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중소기업부터 각각 10억원씩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놀라기는 백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국내 저명한 석학이 “수십년 간 고치지 못했던 허벅지 안쪽 발진을 라쉬반 속옷을 입고 고쳤다”며 고맙다는 뜻을 백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기능성 속옷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지역과 직업, 연령에 상관없이 남성 기능성 속옷 시장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라쉬반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 란제리쇼에 국내 남성 언더웨어 업체로서는 처음 참가한 데 이어, 미국 최대 패션박람회 ‘매직쇼’에도 제품을 출품했다. 일본에서는 고급 속옷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세탄과 오다큐 등 시내 유명 백화점에도 진출했다.

백 대표는 “2020년에는 늘어난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기업 공개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글로벌 남성 기능성 속옷 시장을 장악하는 게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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