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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국민의당ㆍ바른정당 통합론 후퇴에 민주당 “그럼 그렇지” 안도

입력
2017.10.28 0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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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제3당 위협에

여, 처음엔 긴급 대책회의도

국민의당 일부 호남의원들

“안, 측근 말만 듣고 호남 무시”

내달 13일 바른정당 전대 따라

국민의당 향후 행보 결정될 듯

한국당 ‘박 제명 의총’ 등 내홍

바른정당 탈당파 복귀 가로막아

국회의사당 본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의사당 본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기간인데도 여야 공방보다는 야 3당 간 연대ㆍ통합론에 더 이목이 쏠렸다. 복잡한 각 당 내부 사정에 내년 지방선거 전략까지 얽혀 이합집산이 시작된 셈이다. 각 당 상황 확인 차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사냥꾼(달빛)= 국감이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외엔 큰 쟁점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국감은 원래 야당 판인데 야당 전투력이 약했다는 평가죠.

야인시대(야인)= 새 정부 출범 5개월 밖에 안된 시점에 국감이 시작됐다는 상황 요인이 가장 크죠. 국민들에게도 여당의 '적폐청산 국감' 프레임이 먹혔어요. 야당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봤자 '누워서 침뱉기'로 이어지는 결과가 많았어요.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 야권, 특히 한국당은 탈원전 이슈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건설 재개, 탈원전 지지’로 결론 나는 바람에 그것조차 무색하게 됐습니다. 여론은 숙의민주주의를 칭찬하는데 야당이 찬물 끼얹기는 어려우니까요.

달빛=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국당과 합쳐야 한다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죠.

야인= 보수가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지면 내년 6월 지방선거는 필패라는 이유 때문에 움직인 거죠. 그런데 유승민 의원 같은 반대파 7, 8명이 버티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의원들을 이끌고 탈당, 복당한다면 그거야 말로 제2의 보수 분열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많아요. 초반에는 수세였던 유 의원이 18일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중도 보수 통합’ 메시지를 내면서 상황을 주도하는 효과도 얻었죠.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감 때문에 2주째 해외 체류 중이던 김 의원이 27일 귀국했는데 일단 너무 조급하게는 움직이지 않을 걸로 보여요.

달빛=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친박 핵심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출당 시도가 쉽지는 않아 보이죠?

세탁기= 박 전 대통령 제명을 결정할 최고위원회가 언제 열릴지도 현재로선 미정입니다. 윤리위 결정이 20일, 서울구치소에 탈당 권유 통지가 송달된 시점이 23일이니까 규정상 10일 뒤인 다음달 2일 자정부터 박 전 대통령 제명 결정 최고위를 개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친박 쪽에서 ‘박 전 대령이 아직 통지를 받지 않았다’며 버티면 제명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죠.

야인= 서ㆍ최 의원 제명은 더 어렵습니다. 현역 의원은 당헌 당규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요. 그런데 ‘친박계 지원으로 당선된 정우택 원내대표가 과연 자기 손에 피를 묻힐 의총을 소집하겠느냐’,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도움으로 공천을 받은 의원들이 과연 배신할 수 있겠냐’ 하는 회의론이 짙죠.

달빛=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바른정당 초선들은 2, 3개월 전부터 연대 통합 얘기를 해왔다면서요.

국회 본청 표류기(본청)= 국민통합포럼 초기 준비 단계였던 8월쯤부터 양당 중도통합파를 중심으로 물밑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안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정치권에 복귀할 때부터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전국정당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게 안철수계에 공유됐고 물밑 작업이 먼저 이뤄진 거죠. 아주 즉흥적이었다기보다 나름 사전조율은 있었다는 얘기죠.

달빛=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국민의당 내부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있죠.

본청= 여론조사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과 비판이 나옵니다. 일단 국민정책연구원이 만든 여론조사 설문 문항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문항이라는 지적이죠. 통상 한 진영이 의도를 갖고 돌린 여론조사는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정치권 상식이죠. 그럼에도 이 결과 하나를 흔들며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 호남도 우호적이다" 하니 반대하는 호남계 중진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는 후문이에요.

달빛= 국민의당 내부 반발이 커지면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얘기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는데, 안철수 대표에겐 타격이겠죠.

본청= 안 대표 측은 "언론이 앞서 나간 것"이라며 언론 탓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 대표가 진정으로 중도통합을 원했다면 먼저 당의 근간인 호남을 찾아 설명과 설득을 하고, 중진들의 동의도 구하고, 그런 다음 중앙에서 전체 여론을 키우고, 마지막에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동력을 얻어 최종 통합장에 나섰어야 하는데 안 대표는 정확히 역순이었기 때문입니다. 명분을 얻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거죠. 그러니 당초 통합에 긍정적이었던 일부 호남 의원들도 돌아섰습니다. "수도권과 측근들 이야기만 듣고 호남을 무시하니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리더십 균열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달빛= 연대ㆍ통합 얘기 때문에 각 당 내부 갈등도 심각하죠.

본청= 네. 실제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독설을 쏟아냈어요. 평소 박 전 대표는 사석에서 김 원내대표를 ‘동철이, 동철이’ 하면서 편하게 대하고 스스럼 없이 지내는 사이인데요. 이번 중도통합 추진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을 만난 과정이 잘못됐다는 거죠. ‘국감의 사령탑이 원내대표인데 국감을 챙겨야 할 시점에 오히려 당 분열을 부추겼다’는 게 박 대표의 비판취지였습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그대로 옮길 수가 없네요. 19금 입니다 ㅋ

야인= 26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미 예견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문제 삼아 다 끝나가는 국정감사 보이콧 카드를 꺼낸 것도,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이란 해석이 나와요. 박 전 대통령 등 출당 징계를 해결하기 싫으니 당 밖에 전선을 만들어서 시끄럽게 만들려는 거 아니냔 거죠.

달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 통합이 실현될 경우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위협이죠. 그래서 양당 연대 얘기가 나오니 여당 에선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하네요. 다만 이틀 만에 안 대표가 통합론에서 후퇴하자 민주당에선 “그럼 그렇지” 하며 안도하는 분위기였죠.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 사실 민주당에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연대 움직임이 꿈틀거릴 때도 '그게 설마 되겠나'라고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어요. 한 민주당 출신 인사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아무리 개혁적이라 해도 분명히 서로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 생기고 그건 뛰어넘을 수 없다”며 두 당이 절대 섞일 수 없다 호언장담 하더군요. 만약 합치더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정책노선을 두고 싸울 거라고. 그리고 바른정당이 영남을, 국민의당이 호남을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죠.

달빛= 결국 국감 이후 야당 내부 상황 정리에 따라 연말 정국이 좌우되겠네요.

본청= 국민의당의 향후 행보는 가변적입니다. 일단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11ㆍ13 바른정당 전당대회 결과와 연동될 전망입니다. 바른정당 자강파나 중도파가 절반 이상 남지 못한다면 통합의 정치적 실익은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충돌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무소속 혹은 호남 탈당파 의원들의 교섭단체 구성 시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태생부터 그렇지만 이질적인 요소들이 워낙 혼재된 당이라 향후에도 돌발 상황은 여전할 것 같아요.

야인= 국감 이후 바른정당 탈당파의 행보가 무엇보다 관심입니다. 탈당파 내부적으로는 탈당 시기가 ‘새 당대표 선출 전이냐, 후냐’ 따질 의미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전대 전 탈당이 유력하지 않느냐는 관측입니다. 문제는 한국당인데 국감 이후 서ㆍ최 의원 제명을 결정하는 의총 소집 여부부터 논란이 거셀 것 같습니다. 내홍이 크면 클수록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국당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겠죠.

여기자= 야권의 이합집산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답답한 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여당 입장에선 개혁 입법과 예산 처리 등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인데, 야당이 본업에 매진할 생각이 없어 보이죠. 빈손 국회가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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