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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 핵완성-미 저지 속도전… 숨 고르는 순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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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 핵완성-미 저지 속도전… 숨 고르는 순간 온다”

입력
2017.10.2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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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라고 죽고 싶겠냐

최대 압박땐 대화 물꼬 트일 것

북핵 좌절감 美ㆍ中도 마찬가지

코리아 패싱 자괴감 이해 안돼

北도발ㆍ한미훈련 ‘쌍중단’ 제안

맞교환 할 수 있는 성격 아니다

트럼프 DMZ 아닌 평택 방문은

한미동맹 건강함 보여주는 것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은 한반도의 북핵 위기를 ‘속도전’에 비유했다. 북한이 자신의 시간표대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압박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는 경주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속도전 속 어느 지점에서 북미 간 ‘숨 고르기의 순간’이 올 것이다. 북한인들 죽고 싶겠냐”며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조 원장은 2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최대로 압박하면 북핵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며 대화 국면을 위한 대비를 주문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좌절감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외교부에서 북미국장과 대변인, 한미안보협력대사 등을 거친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며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 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간사를 맡았던 조 원장은 북한 핵개발과 한미훈련을 동시 중단해야 한다는 중국의 ‘쌍중단’ 제안에 대해서는 “맞교환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_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핵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나.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를 완성하겠다는 스케줄 대로 가고 있고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양자제재를 통해 최대의 압박하고 있다. 한쪽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고 속도를 내고, 다른 한 쪽은 이를 저지시키는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양쪽이 일종의 경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_팽팽한 대결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나.

“대북압박에 국제사회가 힘을 집중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 2375호 채택 뒤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도 대북압박 국면에 동참하고 있고 북한과의 외교를 단절하거나 축소하는 나라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역시 안보리 결의에 머무르지 않고 이행으로 옮겨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꽉 막혀 있는 듯 하지만 양쪽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순간이 올 것이다.”

_북한은 도발의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북한인들 죽고 싶겠나. 그래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유지해야 한다. 양측이 서로 죽고 죽이지 않는다면 협상 기회는 언제든 열려있다.”

_북한이 최근 한달 넘게 전략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징후로 볼 수 있을까.

“내년 봄까지 한미 간 대형 훈련이 없다. 그 지점을 대화 모색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북한이 생각을 바꿨다고 단정할만한 정황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대화로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다.”

_북미 간 물밑 대화의 조짐도 간파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진행된다고 보나.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의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 참석이 주목을 끌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뉴욕채널 등 북미 간 전통적인 대화채널은 열려있겠지만 현 상황을 타개할만한 수준의 접촉은 없어 보인다. 다만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당시 북미 간 비밀접촉 관측이 있었다. 이는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 논의가 이뤄진다면 북핵문제를 둔 물밑 접촉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_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한다는 우리 정부의 ‘운전자론’이 되레 코리아 패싱 비판에 직면했다.

“애당초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탄핵 국면이었다. 정상외교가 멈추니 나왔던 우려였다. 그러나 지금이 그러한 상황인가. 한미 정상 간 3차례 회담이 이뤄졌고 한중관계가 냉각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통화도 이뤄졌다. 일본, 러시아는 물론 인도와 아세안과의 외교도 활발하다. 한국을 패싱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오직 북한뿐인 상황인데 코리아 패싱이라고 자괴감을 갖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_코리아패싱 비판 또한 북핵문제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데 대한 비판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아픈 부분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좌절감은 미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압박하고 있다.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_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 동시 진행)과 쌍중단(雙中斷·도발과 한미 훈련 동시 중단) 제안을 우리 정부는 수용할 수 있나.

“맞교환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비확산조약(NPT)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불법적 행동이고 한미훈련은 동맹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향후 상황 전개를 보면서 창의적 해법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_내달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가 관심이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DMZ와 평택 미군기지 두 군데 모두 가면 좋겠지만, 한 곳만 가야 한다면 평택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한국이 안보 비용을 덜 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 기회다. 우리 정부의 어마어마한 지원 속에서 탄생한 평택기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깜짝 놀라지 않겠나. 한미동맹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장소다.”

김광수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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