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논란’이 남긴 것

9년간 법인세 소송 등서 패소

“한국에는 고정사업장 없었다”
3번의 재판 모두 론스타가 승소

론스타 과세는 괘씸죄?

먹튀 의식 ‘론스타=투기꾼’ 판단
규정 애매한 상황서 무리해 부과
“조세회피 막기 위한 조치” 반론도

“외국 자본에 대한 대접 변해야”

中 사드보복 등 자국의 이익 우선
개방ㆍ국익 사이서 균형점 찾아야

대법원이 지난 24일 론스타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론스타의 손을 들어주며 9년 간 이어진 정부와 론스타의 세금 전쟁은 결국 정부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핵심 쟁점은 법인세 과세의 근거가 되는 론스타의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의 판단 문제였다. 서울행정법원ㆍ서울고법ㆍ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세 번의 재판에서, 법원은 모두 “주요 결정이 모두 미국에서 이뤄졌고 한국에는 고정사업장이 없었다”는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소송전이 정부의 패배로 끝나면서 애초 과세당국이 여론에 떠 밀려 무리한 과세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당시의 국민적 반감 등을 감안하면 론스타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던 만큼 불가피한 과세였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 이상 먹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법 규정을 좀 더 촘촘히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론스타 과세’는 괘씸죄였다?

9년에 걸친 세금전쟁에서 패배한 정부가 입은 유ㆍ무형의 상처는 적지 않다. 우선 과세 정당성에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 데다 론스타가 부담한 거액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정부가 론스타와 적진(미국 워싱턴)에서 펼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미칠 영향 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잘못된 시도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세당국이 론스타에 거액의 법인ㆍ소득세를 물린 2008년 당시 상황을 지적한다. 당시는 정부와 론스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때였다.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2006년 1월 매각 계획을 발표하자 국내에선 곧바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적 반감이 커지자 매각 발표 두 달 만에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시작됐다. 검찰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을 체포ㆍ구속하며 수사의 고삐를 조였다.

급기야 2008년 1월 존 그레이켄 론스타 본사 회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며, 정부와 론스타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바로 이 때가 과세당국이 론스타에 법인세ㆍ소득세를 부과한 시점이다.

이렇게 정부가 론스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려던 론스타의 ‘탈출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실제로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맺었던 외환은행 매각계약은 2008년 9월 파기됐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1월(금융위원회 매각 승인)에야 외환은행을 털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투기꾼’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정치권과 여론도 론스타 때리기에 앞장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정부가 당시 ‘먹튀’ 여론을 의식해 론스타를 투자자가 아닌 투기꾼으로 규정한 결과”라며 “규정이 미비하고 애매했던 상황에서 정부의 관점(의도)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왜 우리만 신사적이어야 하나?

하지만 과세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시각도 적잖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론스타가 국내 세법 규정을 잘 연구해서 딱 걸리지 않는 선까지만 행위를 제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애매한 부분이 있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것(세무당국의 과세)까지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국내에서 그 정도로 활발하게 영리활동을 했다면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고 법인세를 부과할 근거가 충분히 된다”며 “사법부가 법 제정 의도를 반영해 세법의 빈틈을 메워주는 노력도 필요한데, 법원이 보수적으로 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론스타와의 세금 분쟁을 계기로 외국 자본을 우대하는 것이 과연 언제나 옳은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국내에 자본이 부족한 시절에는 당연히 외국자본이 ‘구원자’였고 그에 마땅한 대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내 자본이 충분이 축적된 지금은 외국 자본에 대한 대접도 ‘국익’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페어플레이가 돼야 맞지만 실제로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들은 왜곡된 형태의 조세 회피 유형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런 새 유형에 걸맞도록 제도를 계속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자본의 국제 이동이 더 활발해지는 상황에도 최근 주요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외국자본을 대놓고 차별하거나 홀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과정에서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자본의 진입을 암묵적으로 원천 차단, 결국 SK 하이닉스와 애플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인수로 결론이 났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이유로 롯데 등 한국 기업을 사실상 몰아낸 것도 외국자본보다 국익을 우선시한 대표적 사례다. 한 고위 공무원은 “필요할 땐 우대하고 너무 많이 챙겨가면 배가 아파 철퇴를 가하는 사이 우리 대외 신인도만 떨어질 수도 있다”며 “론스타 사례는 자본 시장 개방과 국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론스타 사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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