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요한 의례를 행하거나 스스로 중대한 결심을 할 때, 눈을 감는다. 인류의 조상들이 네발로 걷다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두 가지 기능을 강화하였다. 하나는 사냥할 대상이나 먹을 만한 근채류 식물을 눈으로 가려내는 행위다. 특히 동물의 움직임과 흔적들을 파악하고 추적하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모든 동물들 중 인간만이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에 몰입하기 위해 눈이 얼굴 앞에 달려있다. 자신이 동물에 몰입할 때, 다른 동물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자신을 옆에서 지켜주는 친구가 필요했다. 눈을 감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방식을 포기하는 행위다. 두 눈을 감는 행위는 어제까지 살던 과거의 자신을 버리겠다는 결심이다. 나는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우주가 탄생하기 전, 혼돈과 암흑의 세계로 자신을 의도적으로 몰아넣는다.이른 아침, 잠에서 깬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어제 저녁에는 몸이 피곤하여 새 힘을 얻기 위해 눈이 저절로 감겼다면, 오늘 이른 아침엔, 자신을 직시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헤아리기 위해 일부러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행위는 자신을 매일 아침 새로운 인간으로 부활시키기 위한 통과의례다.

내가 좌정한 방석과 내 몸은 신기하게도 한곳을 향해 직각으로 서있다.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다. 우리는 모두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쇳덩이인 내핵(內核)을 향해 당연하고 무심하게 서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남극이든지 북극이든지 상관없이, 나는 정확히 지구 중심을 향해 서있다. 그 이유는 지구가 형성되기 시작한 오십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주에 떠돌던 거대한 쇳덩이가 내핵이 되었다. 내핵 주위로 고체들이 모여들어 단단해지더니, 그 위 표면은 물과 흙으로 쌓였다. 남반부에 있는 바닷물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북반부에 있는 강물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는 지구 깊은 곳에 숨겨진 내핵 때문이다. 내핵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한곳에 고정되어 있도록 붙잡는 힘이다. 우리는 이 힘을 중력이라고 부른다. 그 누구도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지만, 만물을 존재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중력이다. 만일 내핵이 없다면, 지구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내핵이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라면, 중력은 그 결과다.

인간에겐 내핵과 중력과 같은 강력한 것이 존재한다. 인간에게 내핵은 자기 자신의 ‘고유(固有)함’이며 인간에게 중력은 ‘매력(魅力)’이다. 고유함이란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통해 자신의 최선을 찾아 몰입하는 능력이다. 고유함이란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지 못하는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행위다. 스스로 남을 흉내를 내거나 부러워하면서 하는 생각, 말, 그리고 행위를 관찰한 후에, 그것들을 단절하는 행위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를 찾는 행위는 바다의 가장 깊은 곳으로 수영하는 수련이며, 가장 높은 산 정상으로 등산하는 훈련이다.

수련자는 가장 간편한 복장으로 여정을 떠난다. 내가 갈망하는 삶의 여정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아낌없이 버린다. 그는 항상 자신의 삶에서 없어도 되는 것들을 생각해내고, 매일매일 버린다. 창조적인 삶이란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매일매일 과감히 제거하고, 남아있는 최소를 찾아가는 행위다. 이 과정을 통해 마지막 한 가지를 추려내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고유한 임무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고유한 임무를 찾은 사람은 한 눈을 팔지도 않고 팔 겨를도 없다. 그 일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 일은 독창적이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는다. 유일한 경쟁자는 자신이기 때문에, 자기 수련만이 천재적 고유함을 획득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자신의 고유를 매일 수련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 바로 ‘매력(魅力)’이다. 매력은 중력과 같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자신에게 몰입되어 완벽한 삶을 끊임없이 연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착각하는 오만하기 시작하면, 매력이 자취를 감춘다.

‘매력’이란 영어단어 ‘어트랙션(attraction)’에도 매력의 비밀이 담겨 있다. ‘어트랙션’은 ‘-을 향하여’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ad’와 ‘길’의 뜻을 가진 ‘track’의 합성어다. ‘트랙’은 완주해야 할 자신만의 여정이고, 자신의 심연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나침반이다.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에서 자족하면서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평온한 삶이 바로 매력이다. 내가 매력적이냐는 물음은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그 길에 들어섰다면, 최선을 다해 몰입해서 달리고 있는가라는 재촉이다. 매력은 저 하늘의 별보다 반짝이는 내 마음 속의 별이다. 그 별을 소중하게 여겨 반짝이게 수련한다면, 사람들은 그 빛으로 행복할 것이다. 당신은 매력적인 인간인가? 아니면, 매력적인 인간을 부러워하는 인간인가?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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