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퇴진 기준점으로 제시한 자민ㆍ공명 연립여당 과반 초과 유력

개헌발의선인 310석 확보여부 23일 새벽 최종결과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선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도쿄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운명이 걸린 일본 중의원 총선거가 22일 오전 7시부터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ㆍ광역 지자체)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가 임기(4년)가 1년 넘게 남은 중의원을 지난달 전격 해산한 데 따른 것으로, ‘사학스캔들’이후 지지율 급락에서 벗어나 국민 재신임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아베 총리는 북한발 핵ㆍ미사일 안보위기를 명분으로 ‘국난돌파 해산’이라고 주장해왔다.

중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선거구당 1명 선출)에서 289명, 비례대표 176명 등 총 465명을 선출한다. 이는 선거구 조정으로 종전보다 10석이 줄어든 것이다.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총 1억637만여명 가운데 부재자투표ㆍ재외국민투표 대상자와 사전투표를 마친 이들을 제외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과 합치면 목표로 했던 과반 확보를 넘어 개헌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 전후를 획득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이처럼 압승할 경우 ‘전쟁가능한 국가’를 향한 마지막 걸림돌인 헌법개정 작업이 동력을 회복하게 된다. 때문에 연말부터 개헌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해 2020년 시행방침을 제시했지만 사학스캔들 정국이 터지면서 지지율 급락으로 개헌동력이 사라진 바 있다.

여야 정당들은 투표일인 이날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자민당은 “다가오는 북한의 위협과 저출산ㆍ고령화로부터 일본을 지키겠다”며 “야당의 이합집산으로 혼돈이 벌어져 정치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정안정이 민생안정으로 이어진다며 안팎으로 ‘국난’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유력 경쟁자로 떠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지사측 희망의당을 끝까지 견제한 것이다. 연립 공명당도 “일본의 미래를 맡기는 선거”라며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야당에 국가의 열쇠를 맡길 수는 없다”고 연립정권의 안정감을 강조했다.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도지사가 중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20일 도쿄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반면 희망의당은 “아베 1강 정치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국민 퍼스트(first)의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이던 민진당내 리버럴계(진보진영)의 명맥을 잇는 입헌민주당은 “위로부터의 강압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상향식 경제 재생을 실현해 정직한 정치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전날 오후 7시 30분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마지막 유세를 갖고 “5년간 우리는 일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소비세 증세분으로 교육 무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거론했다. 특히 “북한 미사일이 최근 일본 상공을 두 번이나 통과했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수 없다”고 연설의 3분의 1가량을 한반도 위기에 할애했다. 또 “민주당 정권에선 취직이 쉽지 않았지만 자민당 정권에서 구직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며 젊은층을 공략했다. 현장에선 “아베, 그만둬”라는 야유가 나왔지만 자민당 지지 그룹이 “연설방해는 민주주의의 적이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을 어느 세력이 차지할지도 아베 정권의 개헌드라이브와 관련해 주목됐다. 고이케 지사 측은 선거초반 제1야당을 통째로 흡수하며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지만 그가 직접 중의원에 출마해 총리후보로 나서지 않으면서 동력이 잦아들었다. 대신 아베 총리와의 대결 구도를 내세우며 반(反) 아베 결집에 나선 입헌민주당이 부상해 끝까지 제1야당 경쟁을 벌였다. 자민당은 선거후 내달 1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총리지명 선거를 할 예정이다.

한편 공교롭게 투표일에 맞춰 일본에 접근한 제21호 태풍 ‘란’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폭우와 강풍을 일으키면서 항공편 440여편이 결항되는 등 교통 대란이 발생해 투표에 큰 영향을 끼쳤다. NHK에 따르면 야마구치(山口)현 선거관리위원회는 태풍의 북상으로 일부 섬지역 투표를 하루 앞당겼으나, 이날 선박 정기항로가 끊겨 투표함을 개표소로 운반하지 못하게 되면서 23일 이후로 개표 작업이 늦어지게 됐다. 다만 20일까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전체의 14.71%인 1,564만5,34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 머물며 태풍과 폭우에 대비하라며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방재담당장관에게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환경관련 회의차 21일 밤 출국한 고이케 도쿄도지사(희망의당 대표)는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유권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 중의원 선거가 22일 치러지고 있다. 사진은 신생 야당 '입헌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가 21일 도쿄 시내에서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는 모습. 도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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