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본청 등 전국 217명
12시간 맞교대로 365일 씨름
휴일ㆍ휴가 없고 교육도 못 받아
“대체인력 구해서 하루 겨우 휴가
남들처럼 1주일 휴가 꿈도 못 꿔”
“밤낮 없는데도 예보 불신 힘빠져”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상청 예보담당자 A씨는 지난 여름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휴가 ‘1일’을사용했다. 365일 12시간 맞교대로 돌아가는 업무 특성 상 2개월 전 간신히 대체인력을 구해 얻어낸 휴가다. A씨는 “주말 친척의 결혼식이나 가족행사 등에 참여하려고 해도 근무를 대신 서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말도 꺼내지 않고 포기하기 일쑤”라며 “12시간씩 일하는 평소 근무 시간에는 아예 다른 업무는 할 틈도 없어 쉬는 날에 예보 분석 등의 개인 업무를 해야 해 늘 피곤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강수 예보 적중률이 40%대에 머물며 ‘청개구리 예보’ ‘구라청’ ‘오보청’ 등 온갖 오명과 함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기상청 예보담당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예보담당자들은 2교대 8일 주기로 근무를 하는데 연간 근무시간이 2,190시간에 달한다. 기상청 내에서 주5일제로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근무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인 1,992시간보다 200시간 가까이 많을 뿐 아니라, 한국인 연평균 근로시간인 2,069시간(2016년 OECD 기준)과 비교해도 121시간이나 많은 수치다. 기상 예보담당자는 기상청 본청에 20명을 포함해 수도권, 부산, 광주 등 6개 지방기상청과 3개 기상지청에 총 217명(2월 기준)에 달한다.

이는 구조적으로 빡빡한 스케줄에도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기상 상황을 한시도 놓칠 수 없는 업무 특성상 예보담당자들은 5명이 한 조를 이뤄 4개 조가 8일 주기로 365일 돌아가면서 일한다. 일근(오전8시~오후8시) 2일과 야근(오후8시~오전8시) 2일 근무 뒤 4일의 휴식(휴무 1일ㆍ비번 3일)의 구조다. 그러나 과거 예보 정보에 대한 사후 분석과 지형탐방 등으로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일쑤다. 또 다른 예보담당자 B씨는 “다른 직장인처럼 1주일 이상의 휴가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필수과정인 교육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기상청이 예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부임 시 1년 내 이수하도록 권고하는 3주짜리 예보 기초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는 실제로 평균 30개월이 걸리는 실정이다. 강병원 의원은 “휴가는 물론 휴일도 제대로 챙길 수 없고 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3무(無)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관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팍팍한 근로 환경에도 외부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진다는 점이다. 예보담당자 C씨는 “국민들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것만 적중률을 따지지만 ‘맑음’ 역시도 예보 중 하나”라며 “실제 적중률과 체감 적중률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밤낮없이 일을 하는데도 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게 쌓이니 의욕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날씨 예보는 국민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보담당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예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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